사안의 개요]

   본건의 항소인은 1954년 일본의 ‘동보주식회사’가 제작한 영화 ‘7인의 사무라이’를 감독한 자의 상속인으로 동 영화와 그 각본에 대하여 저작권을 갖고 있는 자다. 피항소인은 일본방송협회로, 2003년 대하드라마로 ‘무사시’를 제작하여 방영하였다. 피항소인은 이에 대하여 피항소인이 제작한 제1회 방영분의 드라마(이하 ‘본건 드라마’라고 한다)가 자신이 갖고 있는 저작재산권(2차적저작물 작성권) 및 저작인격권(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고, 위 드라마의 복제·상영 등의 금지 등과 손해배상금 1억 5천 4백만원의 지급을 청구한 것이 이 사안이다. 원심인 동경지법은 피항소인의 본건 드라마가 항소인의 저작재산권 및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하여 항소인의 청구를 기각하였는바, 항소인은 이에 불복하여 본건 항소를 제기하였다.

[당사자의 주장]

<항소인>

   1. 본건에서 모방된 작품은 극히 저명한 작품이고, 피항소인은 그 저명성에 무임승차하도록 기도된 것이다. 원저작물과 2차적저작물 작성물의 대비는 전문가에 의한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원저작물을 알고 있는 일반인에 의한 대비로서 족하다. 대상으로 되는 원저작물이 저명한 경우에는 그 2차적저작물과의 유사성 대비가 용이하고, 전체적인 대비를 행하지 아니하고 하나나 둘의 특징적인 장면을 발췌하여도 일반인은 양자를 유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2. 모방대상이 저명한 저작물인 경우에는 모방한 자가 무의적적으로 2차적저작물로 작성하기가 어렵다. 특히, 유명한 기본적 스토리나 상징적인 장면이 그 대상으로 되는 경우에는 무의식적인 모방을 거의 생각할 수 없다. 원저작물이 저명한 작품인 경우에는 그것이 무명의 저작물인 경우에 비하여 2차적저작물과의 유사도가 낮더라도 ‘감득’의 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3. 이상과 같이 본건은 저명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무임승차 목적의 도작(盜作)이기 때문에, 적어도, ⅰ) 저명한 작품(그 유명한 스토리·장면 등의 구성요소)이 대상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들 모방을 피할 수 있었는가 또한 그 노력을 하였는가, ⅱ) 모방의 목적이 무엇이었는가(경제적 이익인가, 해설·비평인가)라는 요소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4. 이에 비추어 스토리를 구축하고 전개하는 것이 크게 다르다고 한 원심판결은 상징적 장면을 연결함으로써 7인의 사무라이 풍(風)이라는 ‘상징장면형모방’이라는 평가에 의하여 ‘무임승차형모방’에 해당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 판단의 오류가 있다.

<피항소인>

   1. 저명한 작품이라고 해서 저작권법상의 보호범위에 차이가 발생할 이유는 없다. 아이디어나 단순한 설정의 유사에 대하여 저작권 침해가 주장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명작품명을 거론하여 “…풍”이라 표현한 것은 저작권 침해의 유무와 무관계하다. 피항소인의 프로그램은 ‘요시카와’(吉川英治)의 저명한 소설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를 원작으로 한 것으로, 항소인의 7인의 사무라이를 무임승차할 이유도 필요도 전혀 없다.
   2. 본건 드라마의 각 장면은 전후의 맥락, 테마, 연출의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7인의 사무라이의 스토리 및 상징적 장면을 일종의 극중극(劇中劇)과 같은 형태로 이용한 것이 아니다. 후속의 창작자에게 저명한 작품의 아이디어 내지 설정 등의 유사성을 피할 의무나 피하도록 할 의무는 없다.
   3. 항소인의 주장과 같이 다른 부분을 삭제하고 유사부분만을 갖고 판단한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항상 유사하게 된다. 따라서 그와 같은 판단수법은 저작권 침해의 성부판단에서 정당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법원의 판단]

   1. 저작권법 제27조에서 말하는 “2차적저작물 작성”이란 기존 저작물에 의거하고 또 그 표현상의 본질적 특징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구체적 표현에 수정·증감·변경 등을 가하여 새로운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이에 접하는 자가 기존 저작물의 표현상의 본질적인 특징을 직접 감득할 수 있는 별개의 저작물을 창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기존 저작물에 의거하여 창작된 저작물이 사상·감정 또는 아이디어·사실 또는 사건 등의 표현 그 자체가 아닌 부분 또는 표현상의 창작성이 없는 부분에서 기존 저작물과 동일성을 갖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2차적저작물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
   2. 7인의 사무라이는 원심판결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본건 드라마에 비하여 높은 예술성을 갖는 작품임은 명확하다. 본건 드라마가 7인의 사무라이 사이에서 갖는 유사점 내지 공통점은 결국 아이디어 단계의 유사점 내지 공통점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7인의 사무라이 또는 그 각본의 표현상의 본질적인 특징을 본건 드라마 또는 그 각본에서 감득할 수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에 본건 드라마가 7인의 사무라이를 침해한 것이 아니다.

[해 설]

   본 사안상의 7인의 사무라이는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영화로 평가받는다. 피항소인은 이를 모델로 드라마를 제작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항소인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 것이다. 항소인의 주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2차적저작물 작성권 등을 본건 드라마를 제작한 피항소인이 침해하였다는 것에 있다.
   구체적으로 항소인은 본건 드라마가, ⅰ) 유명작품의 저명성에 무임승차하도록 기도된 것으로, 원저작물이 저명한 경우에는 유사성 대비가 용이하고, 전체적인 대비를 행하지 아니하고 하나나 둘의 특징적인 장면을 가지고도 양자를 유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 ⅱ) 원저작물이 저명한 작품인 경우에는 그것이 무명의 저작물인 경우에 비하여 유사도가 낮더라도 감득의 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는 주장 등을 펼쳤다.
   그러나 법원은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는 2차적저작물의 성립요건인 “기존 저작물에 의거하고 또 그 표현상의 본질적 특징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구체적 표현에 수정·증감·변경 등을 가하여 새로운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이에 접하는 자가 기존 저작물의 표현상의 본질적인 특징을 직접 감득할 수 있는 별개의 저작물”에 해당되어야 함을 확인하면서, 본건 드라마의 경우는 결국 아이디어의 유사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여 항소인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출처 : 저작권문화 2005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