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

   저희 출판사는 교육부의 의뢰를 받고 7차교육과정에 따른 중등 교과서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7차교육과정 이전부터 교과서에 4년 동안 계속 게재하여 사용해왔던 사진이 있습니다. 그 사진은 전시회에서 설치미술작품을 무단으로 촬영한 사진인데 7차교육과정에서도 이를 교과서 제작용으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사진작가에 대해서만 보상금을 지급해왔던 것 같은데 금년도에 그 설치미술작품의 작가로부터 과거 4년 동안의 보상금까지 전부 지급할 것을 요청받았습니다. 교육부는 그 설치미술작품의 저작자에게 소급해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지요?
   또한 6차교육과정까지 교과서에서 그 미술작품에 대하여 출처와 성명을 표시한 사실이 없는데 교육부나 출판사는 법적 책임이 없는지요?

◀ A ▶

   저작물을 촬영한 사진을 교과서에 게재하는 경우, 사진 이용에 대한 보상금과는 별도로 그 피사체의 이용에 대해서도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느 관점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느냐가 관건이라 하겠습니다.
   설치미술작가가 별도의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그 사진과 피사체가 각각 독립의 저작물이고 또한 각각에 대하여 독자적 보호가치성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즉, 그 사진과 그의 피사체는 각 작가의 창작적 특질이 나타나 있는 독립의 창작물이어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법 제32조 3항에 의하면, 촉탁사진에 대하여 사진작가가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에는 초상자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고, 영상물의 일부를 이용해서 광고물을 제작하는 경우에 그 영상물을 구성하고 있는 개개의 저작물의 저작권자에 대해서도 별도로 동의를 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저작권법 제24조에 의하면 방송, 신문,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시사보도를 하는 경우 그 과정에서 보이거나 들리는 저작물은 보도를 위한 정당한 범위 안에서 복제, 공연, 방송 또는 전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외 규정은 어떤 저작물이 사진, 영상물 등에 찍히더라도 그 저작물의 독자적 보호에 영향이 없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피사체에 대하여 독자적 보호가치성을 인정하고 있는 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진기로 원본(피사체)을 찍은 결과물은 사진이기에 앞서 원본에 대한 복제물로 본다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또한 사진기로 어느 저작물을 촬영하는 행위를 복제권 침해행위로 본다는 것에 대해서도 잘 숙지되어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 원본의 복제물로 본다는 것은 사진에 대한 피사체의 독자적 보호가치성의 존재를 전제한 것입니다.
   물론 사진에 찍힌 저작물이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 창작적 특질을 감별하기 어렵다거나, 산, 강, 들, 바위, 꽃, 구름 등 보호가치성이 없는 자연물을 찍었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그 피사체에 대하여 별도의 보호가치성 문제를 논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질의에서 사진에 찍힌 설치미술작품이 필요해서 그 사진을 교과서에 게재했다고 한 점에 따르면 그 피사체는 그 사진의 주제로서 육안으로 감별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여 사진에 대한 독자적 보호가치성을 인정하는데 충분하리라고 생각되며, 2개의 저작물(사진과 설치미술작품)은 창작자, 보호대상, 장르가 각각 다르고, 더욱이 교육부도 그 설치미술작품을 이용하기 위해서 교과서에 그 사진작품을 게재한 것인 이상, 매체는 1개이더라도 2개의 저작물을 이용한 것으로 인정하여, 교육부는 사진작가에게 지급한 보상금과는 별도의 보상금을 그 설치미술작가에게 지급하는 것이 타당할 줄로 압니다.
   저작권법 제23조에 따라 4년 동안 그 설치미술가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보상금에 대해서는 각 해당년도의 문화관광부의 교과용도서 보상금 지급 기준에 의거 각 연도별로 산출하여 합산한 금액을 지급해야 합니다.
   한편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는 설치미술작가의 저작권이 사진작가에 의하여 침해된 사실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도 있습니다. 미술작품을 촬영하기 전에 그 미술가로부터 동의를 얻은 사실이 없다면 그 촬영은 법률적으로 미술작품에 대한 무단복제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질의에서 사진작가가 그 설치미술작품을 전시회에서 무단 촬영한 것은 그 미술작가의 복제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침해사실을 안 때, 즉 그 사진을 확인한 때로부터 이미 6개월이 경과했다면 형사소송법 제230조에 의하여 고소는 제기할 수 없습니다.
   저작권법 제23조(학교교육목적등에의 이용) 1항에 의한 저작물 이용시에는 저작권이 ‘보상금청구권화’되어 있으므로(본조 제3항), 출판사는 교재를 제작하면서 공표된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 사전적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고 일단 교과서등에 게재하여 사용한 후 제23조 3항에 따라 보상금만 지급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책임문제는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출판사가 사진작가의 그 설치미술작품에 대한 ‘무단촬영의 사실을 알고 게재한 사실이 없는 한’ 형사적 민사적 책임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7차교육과정에서는 그 설치미술작가가 교육부에 보상금을 청구한 사실을 통하여 교육부 당국과 귀사는 그 설치미술작품에 대한 무단 촬영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한 그 침해사실을 7차교육과정에서 사용할 교과서의 제작에 들어가기 전부터 알게 된 이상 그 후로 교과서에 그 불법저작물을 게재하게 되면 교육부 당국과 귀사는 법적 책임을 면책하기 어려울 줄로 압니다. 저작권법 제23조 제1항, 제3항을 그런 경우까지 보상금청구권화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심히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제6차 및 그 이전의 교육과정에 있어서도 교과서의 제작을 맡았던 출판사가 교과서에 출처를 명시하거나 성명을 표시한 사실이 없었다고 하셨는데 제23조 1항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출처를 명시하고 성명을 표시할 것을 규정하고 있어서(저작권법 제34조 1항) 출처명시의무와 성명표시의무 등을 위반한 것에 대한 법적 책임문제는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민사적 책임에 관한 한 교육부도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출판사와 연대책임을 질 수 있겠지만, 형사적 책임은 고의성을 전제하고 외주를 받은 출판사가 직접 교과서를 제작하고 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교육부는 면책되는 경우가 많으리라고 봅니다.

<서달주/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책임연구원>

[출처 : 저작권문화 2005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