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

   문화예술작품의 공연·전시에 관한 기획업에 종사하고 있다. 특정 작품에 대한 공연 기획서를 작성하여 A문화센터에 제안하려고 한다. 만약에 A문화센터가 이러한 공연 기획서를 채택하지 않은 뒤 기획서를 이용하는 경우에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가?

◆ A ◆

   질의하신 기획서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 다시 말하면, 이를 무단으로 이용했을 때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저작물인지 여부와 이용자의 이용행위가 법으로 허용되지 않는 행위인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1. 저작물성 판단

   무엇이 저작물인가와 관련하여 우리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이란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추상적인 정의만으로는 어떤 대상이 저작물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인 요건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되었는데, 사람마다 차이는 있습니다만 통상 1)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할 것, 2) 독창성이 있을 것, 3) 외부에 표현되어 있을 것의 3가지 요건을 저작물의 성립 요건으로 들고 있습니다.
   법문에도 나와 있는 첫 번째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기획서는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물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화와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경제생활이 복잡해지면서 컴퓨터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제품 설명서, 여행 정보 등과 같은 지적 결과물이 많이 등장함에 따라 이 요건은 완화해서 해석하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할 것이라는 요건은 엄격하게 문학·예술 작품이거나 또는 학술 연구결과물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 사람의 지적·문화적 활동의 영역에 속하면 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두 번째 요건으로 독창성이 있어야 하는데, 독창성의 의미와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소위 ‘세탁학기술개론사건(대법원 94도2228 판결)’에서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가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도의 지적결과물이 아니어도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을 자기 자신의 표현 방법으로 표현하면 독창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세 번째 요건으로 외부에 표현되어야 하는데, 이는 저작자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게 어떠한 형식으로든 외부에 나타내는 것을 의미하며 공표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므로 질의자가 공연 아이템을 구상하고 이를 문서나 전자 매체로 작성하면 저작물로서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상의 요건을 종합 적용해서 판단하면, 질의하신 공연 기획서는 순수한 예술작품이나 문학 작품은 아니지만 넓은 의미에서 인간의 지적·문화적 영역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질의자의 생각이나 의도를 나름대로의 표현 방식에 따라 독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저작물로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도메인 네임 등록 방식을 설명한 설명서의 저작물성을 인정하여 검찰이 약식 기소한 예가 있고, 최근에는 정보화사업체의 제안서의 저작물성을 인정하여 검찰이 약소 기소하였다가 당사자 간의 합의로 사건이 종결된 적도 있습니다.

2. 보호의 범위

   어떤 지적 결과물이 독창성이 있어서 저작물이 된다고 하여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표현 그 자체이지 그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사상이나 아이디어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expression dichotomy)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질의자가 현재 사회에서 이슈화가 되고 있는 특정 주제와 관련이 있는 특정 시대의 음악 작품 또는 특정 작곡가의 음악 작품을 공연하면 예술애호가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을 정리한 구체적 표현물을 A문화단체에서 자신들의 기획서나 보고서에서 자신들이 작성한 양 이용하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지만 특정 작품의 공연이라는 그 생각만을 차용해서 나름대로 세부절차와 방법을 별도로 구상하여 별개의 기획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는 아이디어의 차용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3. 소위 ‘실시권’의 인정 여부

   저작물을 창작하면 저작자에게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저작재산권에는 저작물 이용에 대한 모든 권리가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법에 열거되어 있는 권리만 인정됩니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자에게 복제권, 공연권, 방송권, 전송권, 전시권, 배포권 및 2차적저작물작성권만을 인정하고 있고, 설계도나 계획서 등의 저작물에 나타난 설계나 계획 또는 방법에 따라 그대로 실시하는 것에 대한 통제권인 소위 ‘실시권’은 건축설계도에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질의자의 기획서에 제안된 방법대로 A문화센터가 그대로 공연 계획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기획서에는 실시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4. 결론

   결론적으로, 질의자의 기획서가 공연작품, 공연극단, 공연시기, 공연장소 등을 메모한 단순한 수준이라면 독창성이 없어서 저작물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지만 현재의 공연문화현상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대중의 기호를 논리적으로 추론하여 공연 작품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추진 방안까지 제시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독창성이 있어서 저작물로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질의자의 기획서를 접수한 A문화센터가 기획서의 표현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서에서 특정 아이디어만을 추출하여 별도로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경우에는 아이디어의 차용에 머무르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A문화센터가 질의자의 기획서대로 공연 계획을 추진하여 공연을 한다고 하더라도 건축저작물 외에는 소위 실시권이 없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출처 : 저작권문화 2005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