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가합63304 손해배상(기)
2003고단8325 가.저작권법 위반
                   나. 저작권법 위반 방조


[사건 개요]

   1.원고는 음반제작 및 유통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일본 저작재산권자 및 일본 음반제작자들로부터 이 사건 음악저작물에 관한 국내에서의 복제권, 배포권 또는 저작인접권(이하 ‘이 사건 저작권’이라 함)을 양수하였다.
   2.피고2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법인이며, 피고1은 위 사이트 내에서 일본음악동호회를 운영하는 회장이다.
   3.피고1은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18장의 CD에 수록한 음반(이하 ‘이 사건 CD’라 함)을 1세트로 제작하여 위 동호회 게시판을 통해 판매하기로 하고, 위 사정을 알고 있는 피고2의 직원 소외1에게 부탁하여 피고2를 통한 인터넷 결제시스템을 제공받았다. 이후 피고1은 위 동호회 회원들로부터 위 인터넷 결제시스템을 사용하여 대금을 결제하게 하거나 자신의 계좌로 대금을 직접 입금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CD 1,950세트를 주문 받았다.
   4.그러나 원고가 피고2에게 피고1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중지하도록 하여 달라는 통지를 하고, 이에 따라 피고2가 피고1에게 위 행위를 중지할 것을 통지하자 피고1은 인터넷 결제시스템을 삭제하였다. 그 후 피고1은 취소기간경과로 결제가 취소되지 않은 회원들 중 일부에게 이 사건 CD 150세트를 제작하여 1세트 당 29,000원에 판매하였다.
   5.이에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위 침해행위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주문 받았을 1,950세트 및 원고가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수록하는데 필요한 음반수 30장에 이 사건 CD를 원고가 판매했을 가격을 기준으로 불법행위에 따른 일실수입 상당액을 청구하였다.

[판결 내용]

1. 피고 1에 대한 판단

   피고 1에 대해서는 이 사건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나, 그 범위에 관하여는 원고의 주장과 달리 침해수량을 기준으로 피고1이 실제로 제작·판매한 CD 150세트를 한도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수록하는데 필요한 음반수 30장 및 원고가 CD 1장을 판매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기준으로 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였다.

2. 피고2에 대한 판단

   피고2에 대하여는 원고의 통지를 받은 후 인터넷 결제시스템을 삭제하고 이미 결제된 주문을 취소하는 한편, 피고1로 하여금 원고와 협의를 하도록 권유하는 등 이 사건 동호회의 관리자로서 적정한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2에게 위와 같은 조치 이후에 피고1이 개인적으로 이 사건 CD를 소량 제작하여 판매할 것까지 예상하여 위와 같은 행위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고1이 이 사건 저작권을 침해한 기간은 피고 1이 위와 같은 일련의 조치를 취한 이후로서, 피고 회사가 위 기간 이전에 피고1에게 인터넷 결제시스템을 제공하여 주었다가 이를 삭제한 행위가 이 사건 저작권 침해행위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해 설]

1. 불법저작물 제작·판매자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피고1은 이 사건 CD를 제작·판매하여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한 당사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문제된다.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자의 손해액에 대한 입증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1) 민법 제750조의 특칙을 두고 있다. 즉, 저작권법 제93조에서는 ‘침해자의 침해이익’을 저작재산권자의 손해액으로 추정하면서(제1항), 저작재산권자는 ‘저작재산권자의 통상적 기대이익’을 손해액으로 할 수 있으며(제2항), ‘통상적 기대이익을 초과하는 손해액’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1항과 제2항은 저작재산권자의 의사에 따라 선택적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손해배상액의 구체적인 산정방식에 관하여, 판례는 ‘침해자의 침해이익’은 침해자가 그 물건을 제작·판매함으로써 얻은 이익 전체라고 하여2) 〔침해자의 실제 판매수량 X 침해자의 단위당 판매이익〕에 의하여, ‘저작재산권자의 통상적 기대이익’은 침해자가 저작물의 사용허락을 받았더라면 사용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이라고 하여3) 〔저작재산권자의 판매예상수량 X 저작재산권자의 단위당 판매이익〕에 의하여 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에서 수량과 이익을 판단하는 기준이 문제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침해자의 침해이익’이 아닌 ‘저작재산권자의 통상적 기대이익’에 근거한 손해배상액을 청구함으로써 그 수량과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확정할 지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1이 주문받은 수량(1,950세트) 및 원고가 이 사건 음악저작물 488곡을 수록하는데 소요될 음반수량(30장)에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음반에 원고의 CD판매가격(8,000원)을 곱하여 손해배상액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1의 실제 판매수량(150세트)을 한도로 원고가 이 사건 음악저작물 488곡을 수록하는데 소요될 음반수량(30장) 및 원고의 음반 1장당 판매이익(2,541원)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확정하였다.
   위 판결은 불법저작물 제작·판매자의 손해배상액에 관하여 판매될 가능성이 있었던 수량이 아닌 실제 침해수량을 한도로 함으로써 구체적인 산정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다만 이 사건 CD가 정품이었더라도 위 침해수량만큼 판매되었을 지를 생각해 보면 이를 저작권자의 기대이익 상실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2. 온라인서비스제공자4)의 손해배상책임 인정여부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직접적으로 원고의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았으나 웹사이트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자로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지 문제된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2가 적극적으로 불법게시물의 삭제 또는 동호회의 폐쇄 등을 하지 않은 것이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인지가 문제되므로 피고2의 의무 위반이 있는지를 검토하도록 하겠다.
   이 사건과 관련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를 살펴보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1항에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인하여 법률상 이익이 침해된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당해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다”고 하여 삭제의무를, 저작권법 제77조의 2 제2항에서는 “권리주장자의 중단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저작물 등의 복제·전송을 중단시키고 당해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하는 자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복제·전송 중단의무 및 통보의무를 규정하고 있다.5)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판의 글을 삭제하지 않아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된 사안에서, “삭제의무가 있는지는 게시의 목적, 내용, 게시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당해 사이트의 성격 및 규모·영리 목적의 유무, 개방정도, 운영자가 게시물의 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 삭제의 기술적·경제적 난이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여 운영자가 위 글이 게시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삭제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시하 였다.6)
   한편 학계에서는 위 규정들 뿐만 아니라 약관 및 조리에 의해 감시의무와 중단의무를 인정하는 견해가 있으며, 감시의무란 이용자의 게시물 등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의 여부를 모니터링할 의무를 말하며, 중단의무란 침해행위가 발생한 경우 침해를 중단하기 위한 침해저작물의 삭제 또는 침해행위자의 접근금지, 게시판 폐쇄 등 침해를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말한다.7) 그러나 미국의 저작권법에서는 ‘일반적인 감시의무’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저작권 침해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정황이 분명한 경우’에는 상대방의 통지 전에도 중단의무가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 사건 판결에서는 피고2가 원고의 통지를 받은 후 ① 피고1에게 이 사건 CD의 제작·판매를 중단할 것을 통지하고, ② 인터넷 결제시스템을 삭제하고 이미 결제된 주문을 취소하도록 하였으며, ③ 피고1로 하여금 원고와 협의를 하도록 권유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이 사건 동호회의 관리자로서 적정한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즉,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저작재산권자의 요청을 받은 이후 침해중단통지를 함으로써 통보의무를 이행하였고, 인터넷결제시스템의 삭제 및 주문취소를 통해 복제·전송 중단의무를 이행하였으며 더 나아가 원고와의 협의를 권유했다는 점에서 적정한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판결은 위에서 검토한 법규정상의 의무에 따라 피고2의 구체적인 의무 이행 상황들을 고려하여 판단했다는 점에서 타당한 것으로 보이며8) 최근 블로그 등을 통한 저작권 침해와 관련하여 쟁점이 되고 있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판단을 위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사건 판결에서는 주로 원고의 통보 이후에 있었던 피고2의 조치에 따라 불법행위 성립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피고2의 동호회의 전반적인 관리 사실, 게시물 등의 삭제권한, 동호회 폐쇄권한 등을 인정한 뒤 피고2가 원고의 통지 전에 이 사건 CD의 저작권 침해여부를 검토하던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판결에서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이후의 판결에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저작재산권자의 통보 이전이라도 저작권침해여부를 확인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 인터넷 결제시스템을 제공하기에 앞서 저작권침해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지 등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결 론]

   위와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형사판결에서는 피고2의 직원 소외1이 피고1의 부탁을 받아 저작권 침해임을 알고도 피고2의 결제시스템을 구축해 주었다는 공소사실로 저작권법위반방조죄가 인정되었고, 피고2도 소외1의 범죄행위로 양벌규정(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저작권법위반방조죄가 인정되었다.9)
   그러나 이 사건 민사판결은 위 형사판결의 책임인정에 구속되지 않고 민법상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위와 같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타당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최수진/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출처 : 저작권 문화 2005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