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및 사건의 배경

   신청인 나촬영(가명)씨는 전문 사진작가로서, 2004. 5. 무렵 독도 문제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부각되자 관련 업무를 주관하는 관공서와 독점적인 사진촬영 계약을 체결하고, “독도는 영원한 우리 땅! 나촬영의 365일간 대장정”이라는 제목의 사진작품집을 발간하였다. 이후 동 작품집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점점 높아졌고, 국내뿐만 아니라 하와이, 일본 등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작품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피신청인 독도청(가명)은 독도 관련 공적업무를 주관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독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자 이를 활용하여 지역 홍보에 이용하고, 나아가 국민들의 애국심을 드높이자는 취지에서 2004. 6. 무렵 독도관(가명)을 해당 지자체 내에 개관하였으며, 독도관 복도에 신청인의 독도 사진 총 32점을 전시하여 이를 이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피신청인은 인테리어 전시 전문 기업인 조정 외 (주)나장식(가명)에 내부 인테리어를 의뢰하였다.
   신청인은 2005. 7. 우연한 기회에 독도관을 방문하였다가 자신의 사진이 무단 전시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사진 한 점당 일백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피신청인은 신청인의 사진이용이 상당 부분 공익목적이었음을 주장하면서 저작권 침해 여부와 손해배상금액의 적정성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였고, 결국 양 당사자가 동의하여 우리 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 신청인 : 신청인은 먼저 이 사건 사진이 수록된 사진집 발간 계약에서 해당 관공서와 저작권 귀속관계(신청인에게 저작권이 있음)를 분명히 하였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이 사건 사진촬영을 위해 상당한 기간 동안 독도에서 혼자 거주하였고,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도 감수하면서 촬영에 임하는 등, 일반적인 풍경사진 촬영과는 비교할 수 없는 노력과 자본이 투자되었음을 주장하였다. 즉, 피신청인이 아무리 공익목적에 부합되게 이용하였다 하더라도 침해에 합당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고, 나아가 독도관을 운영함에 있어 어른 1인 당 3,000원을 입장료로서 징수하고 있으므로, 공익사업이라는 피신청인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하였다. 신청인은 이미 국내외에서 많은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작품 한 장당 일백만원 이하의 금액으로 이를 이용허락 해 준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본 사안의 경우에도 위자료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통상 신청인이 받는 금액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였다.

   ▷ 피신청인 : 이에 대해 피신청인은 이 사건 사진의 전시와 독도관 운영이 전적으로 영리추구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음을 강조하였다. 독도관은 일차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독도 사랑과 애국심 고취를 목적으로 하였고, 신청인 사진의 전시이용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사진을 이용한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될 경우에도, 통상적인 사진 이용의 경우 시장가격이 사진 1장 당 10만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신청인의 요구 금액은 너무 과다하며, 결론적으로 이러한 시장가격이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피신청인이 징수하는 입장료 3,000원은 수익자부담원칙에 의거하여 독도관 운영을 위한 실비 수준의 최소금액으로, 실질적으로 신청인의 사진 이용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3. 본 사안의 쟁점

   본 조정 건은 피신청인이 조정 외 (주)나장식에 독도관 내부 인테리어를 위임하고, 그 업무를 지도·감독하는 과정에서 고의 혹은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와, 피신청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민들의 독도 사랑과 애국심 고취라는 목적으로 개관된 독도관에서 신청인의 독도 사진의 전시이용이 저작권법상의 저작재산권 제한으로서 허용되는지 여부가 주요 검토 대상이다.

4. 조정부 의견

   조정부는 우선 이 사건 사진작품집의 발간과정과 권리 관계에 대해 문의한 결과, 저작권은 분명히 신청인에게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였다. 또한 신청인은 전문사진 작가로서 독도를 배경으로 한 이 사건 사진작품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저작물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피신청인이 조정 외 (주)나장식에 독도관 실내 인테리어 업무를 위임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피신청인에게 고의 내지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면, 비록 피신청인이 이 사건 사진을 직접 이용한 것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으로서 제3자에게 용역을 준 경우 일반인과는 달리 작업과정에서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관리감독을 게을리 한 점에서 피신청인에게 일정한 과실책임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들을 다룬 하급심 판결들은 공공기관으로부터 용역을 받은 제3자가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에, 용역을 준 공공기관으로서는 그러한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고 보아 과실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본 건의 경우에는 피신청인이 전시될 사진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조정 외 (주)나장식과 자주 협의를 하였으며, 나아가 이 사건 사진을 사용토록 지시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등, 피신청인의 책임이 면책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음을 지적하였다.
   기타 피신청인은 이 사건 사진의 전시이용이 상당부분 공익목적으로 사용된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행위를 면책시키는 저작재산권 제한규정이 없는 한, 설사 피신청인이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등 아무리 공익목적으로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신청인의 사전 동의 없이 사용한 이상 저작권 침해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지적하였다. 다만, 피신청인의 저작권 침해로 인한 실손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저작권법 제93조 제2항에 의거 저작재산권자가 그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할 수 밖에 없는 바, 피신청인이 제시하는 연합뉴스 등의 사진이용료 10만원은 단순한 보도사진을 이용하는 경우의 단가로서, 이 사건과 같이 최소 40cm 이상으로 복제 전시한 행위의 기준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였다. 우리 법원이 천연동굴 자연학습관을 설치하면서 동굴사진을 이용한 특수사진의 전시에 대해 판결한 소위 “동굴사진 사건(서울지법 1998. 12. 18. 선고, 97가합89063 판결)”에서 6개월 미만의 전시에 대하여 장당 900,000원(보통 상업사진의 사용료 450,000원과 비교하여 동굴사진으로서의 특수요금 2배로 계산), 6개월이 초과하는 경우는 장 당 1,100,000원을 손해배상 기준으로 인정한 경우가 있는 바, 이를 이 사건과 비교하면 신청인은 이 사건 사진의 이용과 관련하여 통상적으로 100만원 수준의 사용료를 받아온 사실이 있으며, 이 사건 사진의 희소성, 예술성, 사진의 이용 목적, 전시관 운영과 관련된 입장료를 징수한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이 적절하다고 권고하였다.

5. 조정결과

   양 당사자들은 조정부의 권고를 수용하여 제2차 조정기일에서 문제가 된 피신청인의 전시 사진은 이를 즉시 사용 중지하고, 피신청인이 신청인에 구두사과 후 조정부의 권고금액을 양측이 수용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출처 : 저작권 문화 8월호. 심의조정부 임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