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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작사가입니다. 얼마 전 서점에 갔다가 신간 소설을 보았는데 그 내용이 제가 작사한 가사와 많은 부분 비슷했습니다. 소설의 내용 중 몇 문장은 제 가사와 똑같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 소설이 제 가사를 보고 모티브를 얻고 거기에 내용을 추가하여 소설을 쓴 것으로 생각되어 집니다. 이런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나요?

◀ A ▶

   질의하신 내용은 소설이 가사를 표절하고 있느냐의 여부에 대한 것으로서 소설과 가사라는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가 그 핵심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실질적 유사성 판단은 두 저작물간의 침해 여부 판단에 결정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로서 법원만이 그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법원의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음에 주의해야 합니다.

1.실질적 유사성 판단 기준

   저작권 침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두 저작물 간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실질적 유사성은 창작성이 있는 부분에만 한정됩니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이용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저작권침해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어문저작물의 경우에는 특히, 소설과 같은 픽션류는 사건 구성, 전개과정, 등장인물의 성격 등은 유사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것을 제외한 특정 시점을 포착하여 표현된 부분에서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러한 실질적 유사성에 대해서 학계에서는 부분적 문자적 유사성과 포괄적 비문자적 유사성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부분적 문자적 유사성이란 저작물의 특정한 행이나 절 등 기타 세부적인 부분이 복제된 경우를 말하며, 포괄적 비문자적 유사성이란 문장 대 문장으로 대칭되는 유사성이 없더라도 전체로서 포괄적인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전자의 경우는 당해 저작물의 잠재적 수요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는 정도라면 저작권 침해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통상인의 입장에서 전체적인 개념과 느낌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외국판례 등에 의해 일반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실질적 유사성 판단 기준에는 추상화 기준과 유형분석 기준 등도 있습니다. 추상화 기준이란 1930년 희곡작가가 영화제작사를 상대로 제기한 니콜스 사건(Nichols v. Universal Pictures Co., 45 F.2d 119, 121(2d Cir. 1930))에서 핸드판사가 주장한 것으로 ‘표현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분리해 내는 기준’을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 핸드판사는 줄거리와 몇 개의 유태인 상투적 어구를 제외하면, 두 작품 간에 공통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유형분석 기준이란 추상화 기준을 보완하는 이론(Zechariah Chaffe 교수가 주장)으로서 저작자의 아이디어와 그것의 구체적인 표현에는 경계선이 존재하며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유형, 사건의 진행, 등장인물들의 상호작용의 전개 등을 보호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 13개의 유형을 제시하고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2.국내 판례

(1) ‘아스팔트 사나이’ 사건(서울지법 95가합72771)
   이 사건은 서적 ‘사하라 일기’와 만화 ’아스팔트의 사나이’가 실질적으로 유사성이 있다고 인정한 법원의 판결입니다. 법원은 서적 ‘사하라 일기’와 만화 ‘아스팔트의 사나이’ 사이에 표현형식, 주제, 구성에 있어서는 전체적인 개념과 느낌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이 인정되나, 그 구성요소 중 일부 사건, 대화, 사상의 표현에 있어서는 공정한 인용 내지 양적 소량의 범위를 넘어 동일성이 인정되고 부분적 문자적 유사성도 인정되는 이상, 이 사건 만화는 원고의 서적에 의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비록 일부라고 할지라도 그 본질적인 부분과 실질적 유사성이 있고, 이른바 통상적인 아이디어의 영역을 넘어 구체적, 경험적 표현을 무단 이용하였으므로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2)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사건(서울고법 96나 18627)
   이 사건은 서적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서적 ‘핵물리학자 이휘소’ 사이의 표절 등을 이유로 도서의 제작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실질적 유사성 부분에 대해서 “저작권의 침해 행위의 일종인 이른바 표절 내지 도작이라 함은 원 저작물을 그와 거의 동일하게 복제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므로, 원 저작물을 다소 이용하였으나 원 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이 없는 별개의 독립적인 신저작물을 만드는 창작과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고… (중략)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에 해당하고 저작자의 독창성이 나타난 개인적인 부분에 한하므로 저작권의 침해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표현에 해당하고, 독창적인 부분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중략) …피고가 원고의 ‘핵물리학자 이휘소’라는 책을 이용하였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표현을 그대로 베끼지 않는 한 저작권의 침해로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습니다.

3.결론

   질의하신 가사와 소설의 경우에서 가사는 단문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고 소설은 문장으로서 표현하고 있는 점에서 실질적 유사성 판단을 부분적 문자적 유사성 측면으로 볼 때에는 단문끼리의 비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앞서 설명해 드린 일반적인 판단 기준이론과 국내 판례를 바탕으로 두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을 검토해 본다면, 부분적 문자적 유사성 측면에서 가사의 표현 그대로를 쓰고 있는 문장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면 두 저작물간의 실질적 유사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포괄적 비문자적 유사성으로 판단해볼 때 통상인의 입장에서 전체적인 개념과 느낌에서 두 저작물 간에 창작성이 있는 표현 부분이 유사하다면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판단의 권한은 법원만이 가지고 있으며 법원의 해석에 따라서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오기석/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연구원>

[출처 : 저작권 문화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