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복스 스페셜 앨범 사건-
2004가합 36876 손해배상(지)

[사건 개요]

   1. 원고는 음악저작물의 저작권신탁관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1은 음반기획업을 하는 자, 피고2는 음반제작 및 유통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별지 목록 기재의 음악저작물(이하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각 작사자 및 작곡자(이하 ‘이 사건 저작자들’)와 저작권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2. 피고1은 이 사건 음악저작물이 포함된 ‘베이비복스 스페셜 앨범’(이하 ‘이 사건 음반’)을 기획하고 피고2는 이를 제작하였으며, 피고들은 이를 판매하였다.
   3. 이 사건 음반에 수록된 곡 중 일부 곡들은 피고1이 그 원반을 제작한 베이비복스 1집 내지 5집(이하 ‘이 사건 원반’.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음이 맨 처음 고정된 것)에 수록된 곡 중 39곡을 위 원반에 고정된 음을 그대로 복제한 후 그 순서를 바꿔 수록한 것이다. 한편, 이 사건 원반과 이 사건 음반은 모두 ‘베이비복스’라는 동일한 가수가 부른 노래나 가수의 노래를 생략한 반주만으로 구성된 음반이다.
   4. 피고들은 이 사건 음반을 제작·배포함에 있어서 원고로부터 이 사건 음악저작물에 관한 별도의 독립된 이용허락을 받지는 않았다.
   5. 피고1이 이 사건 저작자들로부터 이 사건 원반 제작시의 이용허락을 받을 당시에 그 이용기간, 최초로 지급되는 곡비 외의 이용료 지급 여부 및 그 방식, 음악편집권의 주체 및 편집회수, 매체선택을 포함한 제작 음반의 이용방법, 이용허락의 배타성 여부 등에 관하여 명시적인 약정이 없었다.

[판결 내용]

1. 이 사건 원반 제작시의 이용허락의 유무 및 그 유효성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추어 보아, 이 사건 원반 제작시 피고1이 이 사건 저작자들로부터 이 사건 음악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을 받았던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 그리고 원고는 신보인세제 시행 이전에 이 사건 저작자들에게 이 사건 음악저작물이 신보음반에 수록되는 것에 대하여 음반제작자에게 위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묵시적으로 유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인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저작자들이 행한 위와 같은 이용허락은 유효하다.

2. 이 사건 원반 제작시의 이용허락의 범위

가. 원반제작자의 편집음반 제작
   음악저작물 저작자가 음반제작자에 대해 음악저작물의 이용허락을 하면서 그 이용허락의 범위에 대하여 명시적인 약정을 하지 아니한 경우, 그 범위에 대한 판단은 이용허락 계약의 해석에 의하여야 하고, 계약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용허락의 범위를 가급적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저작권 보호를 1차적 목표로 하는 저작권법의 취지에 부합한다.
   이 사건 원반 제작시의 이용허락의 범위에 대하여 피고1과 이 사건 저작자들 사이에 명시적인 약정은 없었다. 그러나 이 사건 원반 제작 과정에 비추어 보면, 이용허락의 범위를 가급적 제한적으로 해석한다 하여도, 이용허락의 상대방인 피고1이 직접 실연자로 예정된 ‘베이비복스’로 하여금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실연하게 하여 이를 ‘베이비복스’가 부른 노래만으로 구성된 음반으로 제작할 수 있는 권한은 포함하고 있다 할 것이고, 이용허락을 하면서 지정된 특정 앨범의 신보음반에만 수록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나. 원반제작자가 아닌 음반제작자의 편집음반 제작
   음악저작물 저작자의 원반제작자에 대한 이용허락의 범위를 위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위 이용허락의 범위에 원반제작자인 피고1이 제3자에게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하거나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이용권을 양도할 수 있는 권한 또는 스스로 위 이용허락을 받아 최초로 제작한 음반에 수록된 곡을 ‘베이비복스’이외의 다른 가수가 부른 곡 등과 혼합하여 새로운 음반(편집음반 등)을 제작할 수 있는 권한 등이 포함되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한다. 또한, 이 사건 피고들의 지위<최초로 원반을 제작한 지위>와는 달리 제3의 음반제작업자가 저작자나 원고로부터 저작권 이용허락을 명시적으로 받지 않고, 다만 원반을 가지고 있는 원반제작업자<원저작자로부터는 이용허락을 받은 자>로부터 그 원반의 음원에 대한 이용허락만을 받아 편집앨범을 발매한 경우에는 저작권의 침해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피고1이 이 사건 원반에 수록된 곡 등을 재배열하여 이 사건 음반을 기획하고, 피고2가 이와 같이 기획한 이 사건 음반을 제작, 판매한 것은 이 사건 원반 제작시의 이용허락의 범위 내의 행위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1이 저작인접권자로서 가지는 복제·배포권의 범위 등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피고들의 이 사건 음반 제작은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해 설]

   1. 음악저작물의 작사자 및 작곡자(이하 ‘저작자’)로부터 허락을 받아 만들어진 원반에 포함된 곡들을 이용하여 편집음반을 제작하려 할 때, 저작자로부터 다시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2. 이제까지의 판례들은 원반제작 허락시 저작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었을 경우, 원반제작자는 저작자의 별도의 허락 없이 편집음반을 제작할 수 있지만, 제3의 음반제작자는 편집음반을 제작할 수 없다는 동일한 결론을 내려 왔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반제작자가 편집음반을 제작할 수 있는 근거에 있어서는, 종래의 판례들은 ‘저작자의 원반제작자에 대한 이용허락 계약의 해석’에 근거해 온 반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 11. 25.선고 2004가합22068판결은(서울중앙지방법원 2004. 12. 2.선고 2003가합67675 판결도 같은 취지) 그 근거를 음반제작자의 고유의 권리로서의 복제권·배포권에서 찾았다.
   즉, 종래의 판례들은 여러 정황을 나열하면서, “…점에 비추어 볼 때, 저작자는 가요 및 가창의 이용을 허락하면서 음반업자에게 음반 등 녹음물을 판매할 목적으로 원반의 제작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가요 및 가창을 그 원형을 변형시키지 않고 편집하는 권한까지 부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기존 원반을 이용하여 재편집 원반을 제작한 행위는 원반 제작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 이용허락의 범위에 포함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정태춘, 박은옥 힛트곡 모음’음반에 관한 서울고등법원 1995. 3. 21.선고 94나6668 사건 참조. ‘이미배 전집’에 관한 서울고법 1995. 6. 1.선고 94나19909,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29130판결도 같은 취지임). 다만, 이러한 판결들은 저작인접권자의 복제·배포권의 의미나 근거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 11. 25.선고 2004가합22068판결은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자로서 복제권·배포권은… 원반에 관하여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권리로서… 음반제작자가 원반을 제작하기에 앞서 저작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는 것은 저작인접권자로서의 권리가 발생하기 전에 음악저작물을 음반에 고정시키는데 사용하기 위한 것이고, 원반을 제작한 이후에는 저작인접권자의 고유의 권리로서 원반에 관한 복제권·배포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음반제작자가 자신이 음악저작물을 맨 처음 고정시킨 원반을 복제하거나 이를 배포할 수 있는 권리는 저작자의 허락에 의하여 음악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저작인접권자의 고유의 권리인 원반에 관한 복제권·배포권에 기인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에 기하여, 저작권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은 원반제작자가 편집음반을 복제·배포할 수 있는 권리는 음반제작자의 복제권·배포권의 범위 내의 행위이므로 별도로 저작자로부터 다시 이용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하였다(다만, 이 판결에서는 이용허락 범위의 해석에 있어서도, 저작자가 원반제작자에게 원반을 제작하고 이를 사용하여 스스로 편집음반을 만드는 것을 허락하였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이 사건 판결은 다시 저작자의 음반제작자에 대한 이용허락 계약의 해석에 근거하여 원반제작자에게 편집음반을 복제·배포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3. 저작권법의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음반제작자’는 음을 음반에 맨 처음 고정한 자이며(저작권법 제2조 제7호), 음반제작자는 그 음반을 복제·배포할 권리를 갖는다(저작권법 제67조). 음반제작자는 이와 같은 복제·배포할 권리를 양도할 수 있고 위 권리에 기하여 음반의 이용허락을 할 수도 있다(저작권법 제72조). 한편, 저작인접권자로서의 음반제작자에 대한 규정은 저작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저작권법 제62조). 그리고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에 의하여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저작재산권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이를 양도할 수 없다(제42조 제3항).

   결국, 위 조항들의 해석에 있어서, 음반제작자의 복제·배포권의 근거와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문제된다. 생각하건대 음반제작자의 복제·배포권의 범위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작자들의 이용허락에 의해 정해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음반제작자의 복제·배포권의 범위가 그 자신의 복제·배포는 무제한 인정되는 것으로(또는, 적어도 편집음반 복제·배포권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저작자가 편집음반의 제작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면서 음반제작을 허락할 경우에도 음반제작자가 일단 음을 음반에 고정하면 그 후 편집음반을 제작할 수 있다고 해석되어야 할 것인데, 이러한 결론은 ‘음반제작자에 대한 규정이 저작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저작권법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와 같이 해석할 경우, 저작권법 제42조 제3항 및 제72조와의 관계가 문제된다. 위 법 제72조에 따르면, 음반제작자는 복제·배포할 권리를 저작자의 동의 없이 양도할 수 있고, 이용허락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위 법 제42조 제3항은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에 의하여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저작재산권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음반제작자의 복제·배포권이 단순히 ‘저작자의 허락에 의하여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니며, 음반제작자는 독자적으로 이를 양도 또는 이용허락할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저작자와의 계약 내용에 반하여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으며, 이러한 권리를 양도받거나 이용허락을 받은 제3자도 저작자와의 관계에서는 저작자의 동의를 별도로 받아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취지에서 보면, 이 사건 판결은 원반 제작시의 이용허락의 범위에 근거하여 원반제작자의 편집음반 제작 가능 여부를 판단한 점에서 타당한 판결로 보인다.  

<출처 : 저작권문화 7월호 /문건영/변호사(법무법인 한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