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근로자파견제란

근로자 파견제란 자기가 고용한 근로자를 그 회사에 소속된 상태에서 다른 사업체의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아 그 타인을 위하여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즉 일은 다른 사업장에서 하지만 임금은 소속된 파견업체에서 받게 됩니다.

예컨데, 어떤 회사에서 예상치 못한 주문으로 이를 위해 단기간 동안 인력이 필요한 경우, 이를 공개모집등의 방법으로 채용하고 훈련시킨 후 업무에 배치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인력전문회사로부터 적합한 기술·기능을 보유한 인력을 즉시 공급받아 업무에 배치하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시 인력전문회사로 돌려 보내는 제도입니다.

기존의 직업소개사업과는 그 사업체에 고용되어 임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자리를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직업소개소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Ⅱ.근로자파견법의 도입과정과 입법취지

그동안 근로자파견제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이해가 달라 입법화되는데는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경영계측에서는 인력의 탄력적 활용과 인건비 절감차원에서, 노동계측에서는 고용불안과 중간착취로 인한 근로조건의 저하등의 문제제기로 각각 찬반양론이 나뉘어 왔습니다. 그러다 지난 2월의 노사정위원회에서 근로자파견제의 입법화에 양측이 합의하고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게 되었습니다. 그럼 여기에서는 그간의 근로자파견제에 대한 노사정간의 견해와 이러한 의사가 어떻게 수렴되어 입법화되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정부측의 입장

근로자파견제는 이미 3년전에 노동부가 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하였다가 노동계의 심한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아직 입법화가 안된 상황에서도 97년 5월 노동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파견업체수가 3천5백73개, 파견근로자수는 약 22만 5천명(전체근로자의 1.7%)에 달해 92년과 비교해 8배나 증가할 정도로 근로자 파견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파견근로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임금체불·산업재해 및 기타 의료보험등과 같은 사회보장서비스등 근로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근로자 파견사업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법취지였습니다. 근로자 파견법제정을 반대함으로써 근로자 파견이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파견근로자의 보호만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입법화를 주장해왔습니다.


2.경영계의 입장

경영계도 근로자 파견제를 통하여 인건비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해왔습니다. 경영계는 특히 파견근로의 증가는 시장경쟁의 격화, 기술혁신, 근로자들의 가치관 변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서 근로자 파견사업의 적정운영에 관한 벌률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왔습니다.



3.노동계의 입장

그러나 노동계는 파견근로제의 확산이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저해하고 파견업체의 중간착취를 막을수 없다며 이에 반대해 왔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파견근로자의 근무시간이 정규직보다 오히려 3시간 많은 주당 50시간에 달하는 반면 월평균급여는 정규직보다 41만원 적은 1백11만원에 그칠 정도로 임금등의 근로조건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파견근로제는 그 성격상 소속사업체가 아닌 다른 사업체에서 근로가 이루어지므로 근로자보호가 어렵고 임금이 파견사업체를 통하여 근로자에게 지급되므로 그 임금액이 저하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4.입법추진 방향

위의 노사정의 견해를 모아볼 때 ①기존 파견근로자의 법적보호, ②근로자들의 가치관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비정규직 고용형태의 선호, ③기업의 인력관리의 탄력성과 인건비절감의 측면에서 도입의 필요성이 있고 그 도입시 정규근로자를 파견근로자로 대체함으로 나타나는 ⓐ고용불안과 ⓑ파견업체의 중간착취로 인한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저하등의 문제점이 있을 수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따라서 도입필요성에 따라 입법을 추진하되 이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입법추진의 방향이 됐습니다. 따라서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안도 이러한 측면에서 전문지식·기술·경험분야는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단순업무 분야는 가능한한 파견근로를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가 되었고 이러한 방향을 가지고 근로자파견법이 입법화하게 되었습니다.


Ⅲ.근로자파견법의 대상업무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업무로서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제조업의 생산공정 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 기술, 또는 경험을 필요로 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예외적으로 위의 대상업무가 아니더라도 출산, 질병, 부상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 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사업주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히 협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단 건설공사현장, 항만·철도·농수산시장의 하역업무, 선원의 업무, 산안법에 의한 유해·위험업무등은 위의 경우에도 근로자파견이 금지됩니다. 그러므로 사실상 어떤 형태로든 대부분 업종에서 파견근로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대상업무는 시행령에 규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난 4월에 입법예고된 시행령안을 보면 컴퓨터 전문가, 비시·타자원, 여행안내요원 등 26개업무를 파견근로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중 냉·난방 기술공등이 파견근로 대상업무에 포함된 것은 제조업 생산공정업무를 파견근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법규정에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으며 당초 노사정 합의에서는 정리해고뒤에 2년 동안 파견근로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으나, 이번 노동부안에서는 노조등의 동의를 얻으면 해고 6개월 뒤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노동부가 정한 파견근로 대상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컴퓨터 전문가 △사업전문가 △기록보관원, 사서 및 관련정보전문가 △언어학자, 번역가 및 통역가 △라디오 및 텔레비전 장비기술공 △냉·난방기 기술공 △도안사 △컴퓨터 보조원 △방송 및 전기통신장비 조작원 △공중보건 영양사 △달리 분류되지 않은 기타 교육 준전문가 △관리비서 및 관련 준전문가 △예술, 연예 및 경기 준전문가 △비서,타자원 및 관련사무원 △전화교환 사무원(전화교환원의 업무가 해당사업의 핵심업무인 경우는 제외)△여행안내요원 △조리사 △보모 △간병인(간호조무사는 제외) △가정 개인 보호 근로자 △자동차 운전원(대중교통수단 운전원은 제외) △전회외판원 △건물청소원△수위 △경비원




Ⅳ.파견기간

노동계에서는 파견기간을 3∼6개월로 엄격히 제한하고, 계속사용시에는 사용사업자에게 고용된 것으로 간주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에서는 파견기간을 1년으로 하되, 갱신가능토록 하여 사실상 장기간 사용할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여 왔습니다.

파견기간에 대한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유럽의 경우 독일 9개월, 포르투칼 6∼12개월, 프랑스 18개월 등으로 원칙적으로 임시적 근로에 한정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1년이며, 법룰적으로는 갱신에 제한이 없으나 행정지도로 3년까지 제한하고 있습니다.

파견기간을 장기간으로 할 경우 정규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파견근로자의 업무로 대체되어 정규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초래하고, 파견기간이 지나치게 짧을 경우 파견근로자의 고용불안 및 생산성 저하가 우려됩니다.

따라서 파견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을 초과하지 못하되, 파견사업주, 사용사업주, 파견근로자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1년의 범위 내에서 그 기간을 연장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일시적·간헐적 근로자파견의 경우 기간이 3개월이며 1회에 한해 연장 가능),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의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Ⅴ.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파견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당해 파견근로자에게 파견근로자가 종사할 업무의 내용, 근무하는 사업장의 명칭 및 소재지, 파견기간, 근로자파견의 대가등 취업조건의 내용을 미리 알려주도록 하고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에의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동종근로자와 비교하여 부당하게 차별적 처우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도록 하였으며, 파견사업주가 정당한 이유없이 파견근로자 또는 파견근로자로 고용되고자 하는 자 또는 사용사업주와 그 고용관계의 종료후 사용사업주에게 고용되거나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파견중인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에 있어서 임금, 재해보상등에 관한 사항은 당해 근로자를 고용한 파견사업주가 그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근로시간, 휴게, 휴일등의 구체적인 운용에 관하여는 파견근로자를 실제로 사용하는 사용사업주가 그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며, 파견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에 있어서 산업안전 보건법상의 사업주의 의무는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가 부담하도록 하고, 일반건강진단 실시의무와 같이 고용기간 중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할 조치에 관하여는 파견사업주가 의무를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파견근로자에 대한 노동관계법상 법률 적용체계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Ⅵ.향후 전망과 과제

많은 논란 끝에 근로자 파견제가 입법화되었습니다.. 가뜩이나 고용불안이 커지는 시점에 근로자파견제의 도입은 입법이상의 영향력을 가지리라 예상됩니다. 특히 파견기간을 장기화하고 대상업무를 확대적용하는 등의 탈법적인 근로자파견제의 남용으로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불안 가중과 근로조건 저하가 우려됩니다.

특히 26개 파견근로 대상 업무 가운데 여성인력의 취업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분야가 20개에 이르는 등, 근로자파견제의 시행으로 여성노동자들의 대량 실직 공포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파견근로업체의 허가기준을 자본금 1억원 이상으로 정함으로써 영세업체 난립에 의한 부당노동행위의 만연이 불가피하며, 정부가 애초 내세운 노동자 직업교육 또한 제도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법적기준이 잘 준수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노동실태와 근로자에게 불만인 법원의 보수적인 판례경향을 염두에 둘 때 불신과 근심이 커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에 법적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채 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리해고와 법원의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판결례등은 이러한 근심을 걱정으로만 끝나도록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노동계는 계속적으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을 천명하고 정부당국도 노력하고 있다하지만 과연 시행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실무자들에게까지 그 영향력이 미칠지는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법의 내용자체도 중요하지만 법이 과연 엄격하게 실제의 노동관계에서도 준수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노동법은 원칙적으로 사인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인만큼 국가가 이에 개입하기는 다소의 어려운 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회정의의 최소한의 기본장치인 노동법의 준수 없이는 구제금융사태의 위기극복과 안정된 미래도 없다는 점에서 국가의 엄격한 법 적용의지와 감독이 요구될 것입니다. 또한 법기준 불이행에 대한 근로자의 항의와 권리구제 노력이 요청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호노력들속에서 법적용의 엄격함이 이루어져야 하고 법규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은 향후 개선되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