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과 문민시대는 어떻게 다른거죠?" 연극하기가 더 힘들어졌 다며 투덜거리던 어떤 연극인이 던진 질문이다. 과연 이 우문에 대한 현답은 무엇일까? 그토록 기다렸던 문민시대. 그런데 지금 무엇이 변해있는가? 정치인들은 손가락질이나 받고 있고, 경제인들은 정권의 눈 치나 보며 경제왕국만을 꿈꾸고, 공무원들의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으니 . 그뿐인가? 육해공에 지하까지 터지는 사건사고들. 처음에는 "군사 정권의 잘못을 문민시대가 설거지하는구나"하고 생각했는데, 대구가스폭발 사고가 터지니까 "정부도 피해자"라니. 국민이 정부를 위로라도 하란 말인가? 이런 상황 속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기대한다는 것 자 체가 무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민시대가 오면 억눌렸던 예술의 정서 가 생활화되는 살맛나는 사회가 되리라고 믿었던 우리 . 씁쓸한 웃음만 이 나올 뿐이다. "도대체 정서가 없어요, 정서가." 왜일까? 느닷없 이 튀어나온 정서 라는 단어가 가슴깊이 다가오는 것은. 정서없는 국가 , 이 얼마나 삭막한가. 정말 지금 이 땅이 정서없는 국가 라면 그것이야말로 국가전복의 위기 이다. 한국통신 노사갈등이 국가 전복의 위기 가 아니라 사찰 성당에 대한 경찰난입 이, 한국인의 정서를 무시한 한미행정협정 이, 전시작전권조차 갖지 못한 우리 국군 의 현실 이, 지역정서를 지역할거주의로 원용하려는 꽉막힌 정치인들의 이기주의 가 바로 국가전복의 위기 이듯이 . 한때, 너무나 힘들 었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그 시절을 한의 정서 로 표현했다. 그 한의 정서 는 오늘의 성장을 가져왔는데 . 도대체 지금 우리의 정서는 무엇인가? 정서를 창조하는 우리 연극인들조차 혼돈 속에 빠져있 다. 생색나는 정책처럼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것을 위한 정책은 없는가? 왜 찾으려하지도 않는걸까? 언제까지 정서없는, 그래서 살 맛 안나는 사회 속에 우리를 내팽개쳐 놓을 것인가. 연출가.극단예군대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