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개편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와 여당이 종부세 개편안의 핵심중 하나인 과세기준 6억원의 유지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간의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할때 양도소득세와 관련해 도입한 지 10년이나 된 '6억원'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반발이 만만치않다.

   이에따라 종부세의 상징과도 같은 6억원 기준을 유지할 지 여부를 포함해 정부와 한나라당은 여론의 추이를 봐가면서 정부안의 완화 강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6억원 기준을 유지해도 종부세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카드는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전방위로 확산된 종부세 논란
   종부세의 궁극적 폐지를 밝힌 종부세 개편안이 공식 발표된 지 하루만에 종부세는 세금문제가 아니라 이념대결 양상으로 번지며 정치.사회 분야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종부세 감세는 강부자 정권이 강부자 내각 스스로에게 주는 특별 보너스"라는 민주당 원혜영 원내 대표의 23일 발언은 이런 양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발언이다.

   야당과 진보진영의 반대뿐 아니라 정부와 종부세 개편안을 사전 조율한 여당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 당론을 채택하지 못한 데 이어 거센 당내외 역풍을 감안해 개편안 공식 발표 하루만인 24일에는 종부세 과세기준을 유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후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 개편을 확고히 추진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다만 글자 하나하나를 못 고친다는 입장은 아니다"며 수정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고경 아카데미 초청특강에서 "종부세 세제 자체는 잘못됐고 앞으로 재산세와 통합해 폐지하는 것이 맞지만 서민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해 개편안 수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이번 세제개편은 부자를 위한 감세가 아니고 원칙을 위한 감세"라며 "다만 600만원 세금을 내던 사람이 갑자기 80만원으로 깎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점차적으로 점검해 갈 필요가 있다"고 '점진 개편론'을 폈다.

   하지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내에서 많은 토론을 거쳤고 정부는 원안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정부의 개편안을 밀고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 인별 합산.세율인하 등 '기술적 방법' 많아
   종부세에서 '과세기준 6억원'은 상징성이 높다. 원래 과세기준이 9억원 이상이었던 종부세를 '부동산대책의 결정판' 이라는 '8.31 대책'에서 6억원으로 낮췄던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강부자만의 특혜'라는 야당과 진보진영의 공격도 종부세 개편안 가운데 과세기준 6억원을 9억원으로 높이는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개편안 수정을 검토하는 여당의 고민도 이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상징을 고려하지 않고 조세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과세기준은 종부세의 완화와 강화를 결정짓는 절대요소가 되지 못한다. 종부세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다른 카드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인별 합산의 도입이다. 과세기준 9억원과 더불어 2005년 첫 시행될 당시 종부세도 현재와 같은 세대별 합산이 아닌 인별 합산이었다.

   헌법재판소가 2002년 부부의 자산소득을 합산 과세하도록 한 소득세법 규정에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고 현재 진행중인 헌재의 종부세법 위헌심판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별 합산은 유용한 카드다.

   인별 합산이 도입된다면 6억원 기준이 유지되더라도 공시가격 12억원까지의 주택은 종부세 과세를 피할 수 있으므로 실질 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

   6억원 기준이 유지되더라도 이번 개편안에 담긴 세율 인하와 과세구간 축소만 유지되도 세 부담을 줄일 여지가 생긴다.

   현 종부세법은 현재 과표 3억원(과표적용률 100%시는 공시가 9억원)까지 1%의 세금을 물리는 것을 시작으로 최고 3%까지 중과세하며 여기에 농어촌특별세 등을 물리면 세금부담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개정안은 최저 과세구간을 과표 6억원으로 하고 세율은 0.5∼1%로 낮추도록 돼있다. 여기에 2010년부터는 종부세에 붙는 농어촌특별세가 폐지될 예정이다.

   '제2의 세율'로 불리는 과표적용률을 공정시장가액으로 전환하면서 세금부담을 줄일 여지도 크다. 정부가 구상하는 방안에 따르면 공정시장가액은 공시가격의 80%선에서 ±20%포인트를 조절할 수 있으므로 과세기준 6억원을 유지해도 과표는 공시가격의 60%선에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조세연구원의 노영훈 연구위원은 "과세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당장 눈에 띄는 부분인 종부세 부과 대상은 그대로 유지하되 세율을 낮춰서 효과는 비슷하게 만드는 것으로, 여론에 밀려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노령자 공제.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카드'
   정부는 이번 종부세 개편안에서 60세 이상 과세대상자에게 연령에 따라 10∼30%까지 종부세를 세액공제해주도록 했다. 직장이 있던 시절에 고가주택을 마련한 고령자들이 은퇴와 동시에 너무 큰 부담을 지는 것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민주당은 세액공제 대신에 해당 부동산의 상속이나 처분 등이 있을 때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방식으로 고령자 부담을 덜어주자는 법안을 내놓고 있어 고령자에 대한 부담경감 조치는 타협 가능성이 높은 부분중 하나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당초 관측과 달리 도입되지 않았지만 양도소득세에 적용되는 것과 같이 장기보유 특별공제, 즉 보유기간이 긴 실소유자에게 종부세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도 고려 될 수 있다.

   이동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만약 종부세 부과기준을 6억원으로 유지하면서 세부담을 줄이려 한다면 세율 인하가 가장 유력할 것"이라며 "정부가 애초 내세운 정책이 부과기준을 9억원으로 높이는 것인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가구 1주택은 9억원까지 공제한도를 주되 2주택 이상 보유 가구에는 세율만 맞추는 등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