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무죄 원심 확정

오이석 기자 hot@lawtimes.co.kr  

법정에서의 진술을 번복한 증언이 기재된 검찰 진술조서는 피고인의 동의가 없을 경우,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공소제기 후 피고인 또는 증인에 대해 수사기관이 다시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은 부인해야 한다’는 종래 대법원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金龍潭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히로뽕을 구입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로 기소된 김모씨(42)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검사가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내용을 추궁,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난 것"이라며 "헌법 제27조가 보장한 기본권, 즉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해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는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없다"며 "그 후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법정에 출석해 증언을 하면서 그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됐더라도 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 2002년7월 춘천시죽림동에서 히로뽕판매자인 또다른 김모씨로부터 일회용주사기 3개와 히로뽕 3그램을 90만원에 구입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었다.

히로뽕 판매자 김씨는 공소제기 전 피고인 김씨의 히로뽕구매사실을 진술했다가 원심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 검찰에서의 진술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이에 검찰은 별도의 위증사건 피의자로 김씨를 입건,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조서를 같이 작성하며 공판시 증언내용이 허위라는 진술을 받아낸 후 김씨를 다시 증인으로 출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