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형사소송절차에 화해제도… 15일부터 본격 시행
재판 도중 합의하면 별도 민소 제기없이 바로 채무명의
절차 간단하고 신속해 피해자 권리구제에 큰 역할 기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형사재판을 받는 중에 그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손해배상을 하기로 합의를 했다면 피해자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필요 없이 곧바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민사상 다툼에 관한 형사소송절차에서의 화해제도의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됨에 따라 관련 규칙과 예규를 개정 또는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앞으로 이 제도는 절차가 매우 간이하고 신속해 범죄 피해자의 권리구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지대나 송달료 등 별도의 비용 부담이 없어 경제적인 재판제도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민사상 다툼에 관한 형사소송절차에서의 화해’는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1.2심 재판 도중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진 경우 공판조서에 그 내용을 기재하고, 공판조서에 대해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는 재판상화해의 효력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형사범죄가 민사상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피해자가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 부담이 큰 민사소송을 거치지 않고 현재 진행중인 형사소송에서 다툼을 종국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번 재판상 ‘화해’제도는 '배상명령제도'와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범죄 대상의 범위가 다르다. 화해제도는 대상범죄가 한정되어 있지 않은 반면 배상명령제도는 상해나 폭행 등으로 한정돼 있다. 또한 배상명령제도는 재판장이 직권으로 배상명령을 할 수 있으나 화해는 당사자만이 합의를 통해 아루어지기 때문에 재판장이 합의과정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배상명령제도는 상급법원에 불복할 수 있으나 화해는 당사자 합의에 따랐기 때문에 불복할 수 있는 길이없다. 민사분쟁을 종국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예규에 따르면 재판부에 화해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형사피고사건의 피고인과 피해자 △화해내용이 피고인의 금전배상인 경우 이를 보증하거나 연대의무를 지고자 하는 사람 △소송대리인이 피해자 등을 대리하여 신청할 수도 있도록 하고있다.

하지만 신청에 앞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해당 형사사건과 관련한 피해로 인한 다툼에 대해 합의가 성립돼야 하며, 신청은 제1심 또는 제2심 법원의 변론종결 전까지 신청인들이 공동으로 공판기일에 출석해 서면으로 신청해야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피해자로서는 형사절차에서 배상명령신청제도와 화해제도라는 두 가지 구제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불필요한 민사소송을 줄임으로써 효율적인 민사소송 사건관리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성윤 기자 jung@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