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선고 예상 등에만 구속영장 발부
서울중앙지법, 영장발부기준 5개항 마련 첫 공개
'전관예우' 등 불신해소 기대…검찰 기준마련에도 영향


앞으로 법원의 '고무줄 영장발부' 관행이 크게 개선되고 불구속 재판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건수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법원이 구속영장 처리와 관련해 실무적으로 적용하는 구속영장 발부기준을 처음으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법원은 구속영장 업무처리와 관련해서 영장 발부에 대한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자의적인 기준에 따른 영장발부', '법조브로커와 전관예우' 등의 불신을 받아왔으나 이번 기준공개로 이같은 불신이 어느정도 사라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3일 형사부 '인신구속위원회' 판사들이 모여 구체적인 구속영장 사무처리기준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5개 조항의 구속영장 발부기준'을 정하고 전국 법원 중 최초로 이를 공개했다. 이같은 발표는 향후 다른 일선법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영장발부기준은 △실형 기준의 원칙 강화 △형사정책적 고려에 의한 구속 지양 △방어권 보장을 위한 불구속 확대 △비례의 원칙에 의한 불구속 확대 △소년범에 대한 특별한 배려 등 5개 항으로, 올해부터 적용된다.

◆ 5개 구속영장 발부기준 내용

▲ 실형 기준의 원칙을 강화 = 구속영장 심사단계에서의 양형자료에 따라 판단할 때 본안에서 실형 선고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구속하고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 선고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불구속한다는 원칙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 형사정책적 고려에 의한 구속 지양 = 반드시 실형선고가 예상되지 않더라도 특정 유형 사건의 경우, 처벌효과와 단속 효과 등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는 형사소송법이 구속사유를 한정하고 불구속재판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음에 대해 예외적으로 적용되야 하며 이 원칙을 적용할 사건유형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 올해 상반기 구속기준에서는 그 적용범위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 방어권 보장을 위한 불구속 확대 = 피의자가 단순히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근거 내지 이유를 들어 이를 다투는 경우,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수사기록상 나타나 있지 않더라도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불구속 수사를 유지하기로 했다.

▲ 비례의 원칙에 의한 불구속 확대 = 형사소송법상 규정에 없지만 피의자의 구속으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구속으로 인한 '개인의 불이익'을 능가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구속사유에 관한 요소, 수사절차에 관한 요소, 피의자 또는 그 관계인에게 미칠 불이익에 관한 요소 등을 참작하게 된다.

▲ 소년범에 대한 특별 배려 = 소년범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위해 소년범에 대한 영장 발부시 보호자와 직접 통화해 수사경찰관에 대한 보완명령 등으로 심리를 강화하기로 했으며 특히 올해부터는 소년범의 경우 영장전담재판부에서 보호자와 직접 전화통화를 실시하거나 수사경찰관에 대한 보완명령 등으로 심리를 강화했다.

◆ 어떤 효과 기대되나

합리적이고 신뢰할만한 구속기준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하여 사회 일각에서는 '전관예우'와 관련된 잡음이 끊임 없이 제기되어 오면서 구속기준의 잣대가 '유전불구속, 무전구속'이란 고무줄 잣대라는 비난을 받아 왔었다.

법원이 영장발부기준을 공개한 것은 지난 97년 영장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 마련된 영장발부 기준이 시행됨에 따라 법조계 안팎에선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이 크게 늘어나고, 구속영장 발부 과정이 투명해져 불공정성 논란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신영철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구속영장 처리 기준을 명확히 공개해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한 국민과 수사기관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공개를 계기로 다른 법원에서도 객관적인 구속영장 발부 기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중앙지법의 이번 기준공개는 전국 각급 법원은 물론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인신구속 사무처리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도별 1심구속영장 발부율 (단위:건,%)>
연 도 청 구 발 부 발부율
2000 122,359 106,089 86.7
2001 121,031 105,815 87.4
2002 115,171 99,995 86.8
2003 109,620 94,741 86.4
2004 100,693 85,916 85.3

현재 법부장관의 지시에 따라 검찰도 구속영장 청구기준을 마련중이다. 이번에 법원이 영장발부 기준을 공개함에 따라 검찰이 법원의 기준에 맞춰 구속영장청구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이 발간한 200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건수는 2000년 12만2천359건, 2001년12만1천31건, 2002년 11만5천171건, 2003년 10만9천620건, 지난해 10만693건이었으며 발부율은 평균 86%였다.  
오이석 기자 hot@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