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 16~20 국민일보 김현길 기자의 시리즈기사 (이혼 및 재산분할 관련)


1. [한국인 이혼 현주소] (1) 분할 인정되는 경우… 위자료 없이 공동재산 50%씩 나눠   [2007.04.16 21:42]      

법원은 부부가 혼인 중 함께 노력해 증식한 재산을 모두 이혼 때 재산분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상속이나 혼인 전 취득한 재산 경우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혼인 이후 상대 배우자가 그 재산을 유지하는 데 협력한 점이 인정되면 분할 대상으로 인정한다.

상속 재산도 재산분할 대상

대법원은 2002년 부부 중 한 쪽의 특유 재산이라고 해도 다른 배우자가 적극적으로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해 감소를 방지하거나 증식에 협력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일방의 재산이라도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남편의 폭행과 생활비 미지급을 이유로 이혼한 P씨 경우 남편이 혼인 전부터 소유한 건물을 판 돈 2억여원에 대해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법원은 동거기간을 포함해 혼인기간이 15년에 이르고 전업주부로서 가사를 책임져온 점을 인정해 건물 매각대금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켰다.

맞바람 펴도 재산분할 인정

부부의 이혼 책임이 서로 대등하거나 일방의 책임으로 이혼한 경우도 재산분할은 이와 상관없이 이뤄진다. 서로의 외도와 남편의 폭행으로 25년 만에 이혼하게 된 S씨 경우 남편과 자신의 이혼 책임이 대등해 서로 위자료를 물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동재산의 50%에 해당하는 1억2000만원을 재산분할로 받았다.

다른 남자와의 불륜 사실이 들통나 결혼 14년만에 남편에게 이혼 소송을 당한 K씨 경우도 자신의 퇴직금으로 아파트 구입 자금의 일부를 지불한 점 등이 고려돼 60%의 재산분할을 인정받았다.

퇴직금 등은 재산분할 대상 제외

퇴직금이나 연금 등 장래에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신의 바람이 원인이 돼 이혼한 J씨 경우 재판 당시 남편의 퇴직금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 확정 등의 사정이 없다면 퇴직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퇴직금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1998년 이혼재판 변론 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퇴직금이나 연금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이를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른 것이다. 다만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는 데 퇴직금이 참작사유가 될 수 있어 상대편에게 좀더 높은 비율을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2. [한국인 이혼 현주소] (1)부부 재산분할… 70대 전업주부 재산증식 인정 ‘62%’  [2007.04.16 21:49]      

우리나라는 2005년 12만8000쌍이 이혼해 하루 평균 352쌍이 갈라서고 있다. 이혼 사유 대부분은 부부간 불화나 폭력, 불륜 등이지만 가정파탄으로 인한 구성원들과 주변 사람들의 또다른 경제적·정신적 파탄으로 이어진다는 데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혼은 가능한 자제해야 하고 불가피하다면 배우자의 권리와 재산권, 위자료, 양육비 등에 대한 서로간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본보는 2005년 5월∼2006년 12월 서울가정법원이 선고한 이혼사건 판결문 중 무작위로 200건(1심 186건, 2심 14건)을 뽑아 최근 사회 변화가 어떻게 반영되고 이혼 사유는 어떤 것들인지 등을 집중 분석했다.

법원은 이혼 선고 때 혼인기간, 직업유무, 부모의 지원여부, 이혼 뒤 자녀양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할 때 혼인기간과 직업 유무 등이 주로 고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기간 길수록 재산분할 많아=법원은 부부의 혼인기간이 길수록 공동재산을 유지하고 그 감소를 방지하는 데 여성의 기여가 크다고 보고 상대적으로 높은 재산분할 비율을 인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자 한 쪽이 혼인 전 취득한 재산 같은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혼인기간에 그 재산의 유지나 감소 방지 노력이 인정되면 분할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조사에서 재산분할이 이뤄진 124건 중 혼인기간이 5년 이하인 여성 11명은 평균 35.1%, 6∼10년 19명은 46.7%, 11∼15년 16명은 49%, 16∼20년 12명은 51.6%의 재산분할을 받았다. 20년 이상은 기간에 비례해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평균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으로 재산분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생활이 짧은 경우 공동재산 유지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재산분할 청구를 기각하는 사례마저 있었다. 2004년 결혼해 약 1년간 혼인생활을 유지한 P씨 경우 남편의 상습 폭력 때문에 이혼을 청구해 위자료로 4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남편이 결혼 전 아버지에게서 받은 돈으로 마련한 집에 대한 P씨의 재산분할 청구는 기각됐다.

◇부인의 직업·재산 증식 기여도 고려=이번 조사에서 직업이나 부업을 가졌던 경험이 있는 여성은 평균 47.1%의 재산분할을 받은 반면 직업이나 부업을 한 경험이 없는 여성들은 42.6%였다. 직업유무에 따른 재산분할 편차가 4.5%포인트에 그친 것은 여성의 수입이 남성에 비해 크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남편 수입만으로 재산 증식에 기여해도 재산분할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생활 47년 만에 아들의 결혼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다 이혼한 70대의 H할머니 경우 가사를 도맡으면서 재테크에 밝아 주식·부동산·채권 등에 투자해 재산을 늘린 점이 인정돼 62%의 재산분할을 받았다.

배우자 중 한 쪽 부모가 경제적 지원을 했는지와 양육자가 누가 되는지 등도 재산분할에 영향을 미쳤다. 법원 내부에서 이견이 있지만 재산분할에서는 부부 공동의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만을 측정하고 이혼의 원인 제공과 책임은 위자료에 한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배우자 중 한 쪽 부모가 상속하거나 부동산 구입과 생활비에 도움을 주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재산분할 비율이 높았다. 10년 만에 이혼한 J씨는 결혼 초부터 부인 C씨의 부모가 집을 장만해주고 장인의 자금 출연으로 회사를 세운 점 등을 이유로 C씨에게 재산의 60%를 떼어줘야 했다.

결혼 28년 만에 이혼한 P씨는 자신이 독자적으로 재산을 처분한 것이 원인이 돼 남편 H씨와 이혼하면서 위자료 1000만원을 남편에게 물어줬다. 하지만 재산분할에서 P씨는 1급 장애를 앓는 딸을 부양하는 점 등이 감안돼 직업이 없었음에도 60%의 재산을 분할받았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3. 재산분할 54%가 ‘여성≥남성’… 이혼 판결 200건 심층 분석  [2007.04.17 00:30]      

이혼 때 부인 2명 중 1명은 남편과 동일하거나 더 많은 재산을 분할받고 남편이 부인에게 주는 위자료는 평균 2635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혼 당시 자녀들의 평균 연령은 만 12세였고 자녀를 책임지는 배우자에게 지불하는 양육비는 월 평균 47만여원이었다.

본보가 2005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가정법원이 선고한 이혼사건 판결문 중 200건(1심 186건, 2심 14건)을 무작위로 추출해 분석한 결과 재산분할 인정비율이 나타난 사건은 124건이었고 여성의 재산분할 인정비율은 평균 46.5%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 당시 서울고등법원 전주혜(광주지법 부장판사) 판사가 서울가정법원 판결 113건의 재산분할 현황을 분석한 결과보다 높아진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50% 이상 재산을 분할받은 이혼여성의 비율은 절반이 넘는 54%로 나타났다. 이는 전 판사의 조사(39.3%)보다 12%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이다. 재산분할에서 정확히 절반인 50%를 인정받은 비율도 전 판사의 조사에서는 29.9%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33.06%를 기록, 갈수록 이혼여성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추세다.

혼인기간별로는 1∼5년 여성이 평균 35.1%의 재산분할을 받았고 6∼10년 여성 46.7%, 16∼20년 여성 51.6%를 각각 기록했다.

또 맞벌이 여성의 재산분할 인정비율은 평균보다 약간 높은 47.1%로, 전업주부는 평균보다 낮은 42.6%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직업유무에 따라 재산분할 비율이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법원이 여성의 자녀양육이나 가사노동을 남성의 경제활동과 비슷하게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산분할 이외에 이혼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가 상대에게 줘야 하는 위자료는 지급판결이 난 113건 중 102건이 남성이 여성에게 주는 경우였고 위자료 평균액은 2635만여원이었다. 반대로 여성이 남성에게 주는 위자료는 평균 2227만여원이었다.

자녀 양육은 79.3%가 여성이 책임졌으며 자녀를 기르는 배우자에게 지급하는 양육비는 월 평균 47만8000여원이었다. 이혼소송 기간은 1심 기준으로 평균 14.6개월이었다. 소송에 이르러 이혼하는 ‘재판상 이혼’은 2001년 4만9380건에서 2005년 3만8097건을 기록해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4. [한국인 이혼 현주소] (2) 자녀 양육, 80%가 부인이 맡아  [2007.04.17 21:35]      

우리 법원은 이혼할 때 자녀 양육을 주로 어머니에게 맡기고 있다. 이는 평소 양육을 맡아온 어머니를 따르려는 자녀의 의사를 법원이 존중하는 데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어머니가 계속 양육토록 하는 게 자녀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혼부부 5쌍 가운데 1쌍은 아버지가 자녀 양육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이번 조사에서 양육자가 선정된 이혼소송 93건 가운데 74건은 부인이 양육을 맡았고, 20건은 남편이 양육자로 결정됐다. 1건은 부부가 자녀를 나눠 양육하기로 해 중복 산정됐다. 이 가운데 부인이 자녀 양육을 맡은 사례가 79.3%로 남편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양육비 전체 평균은 47만8000원이었으나 남편이 부인에게 지급하는 양육비는 평균 50만원, 부인이 지급하는 액수는 평균 33만8000원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양육자 선정은 부모의 협의가 실패하면 법원이 직권으로 할 수 있다. 이혼소송에서 양육권을 끝까지 다투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자녀 의사 등을 존중해 한 쪽이 양육을 포기한다. 우리 법에는 만 15세 이상 자녀는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하게 하고 15세 미만 자녀도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서 결정한다.

이번 조사에서 남편이 양육을 맡은 20건 가운데 부인의 잘못으로 이혼한 경우는 4건에 불과했다. 이는 법원이 이혼의 책임소재보다는 자녀의 의사 등 양육 환경을 주로 고려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실직 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남편이 불륜을 의심하자 이혼하게 된 C씨의 경우 법원은 이혼 책임이 남편에게 있지만 자녀 및 부부의 양육 의사나 애정 등을 고려해 양육자로 남편을 지정했다. 반면 자신의 불륜 때문에 이혼한 J씨(여)는 자녀를 양육하고 있었던 점 등이 참작돼 양육자로 결정했다.

양육권을 놓고 부부가 다투면 가정법원의 가사조사관이 가정을 직접 방문해 아이가 부부는 물론 주변 인물에 대해 갖는 친밀감이나 행동 등 양육환경을 파악해 기록한다. 또 갖가지 심리조사 기법으로 아이의 내면적 감정을 파악해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5. [한국인 이혼 현주소] (2) 이혼 자녀 큰 고통… 10세 이하 34.8% 절반이상 미성년  [2007.04.17 21:35]      

부모가 이혼하면 미성년 자녀들은 정신적 충격뿐 아니라 결손가정에서 적절한 양육을 받지 못해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된다. 이는 곧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진다.

이번 조사에서 이혼 때 미성년 자녀의 양육권을 다툰 사례는 93건이었고 대상 자녀수는 135명이었다. 이 중 정서적으로 부모의 품이 절실한 10세 이하 자녀 비율이 34.8%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는 만 5세 이하 자녀가 21명으로 전체의 15.6%를 차지했고 6∼10세 19.2%, 11∼15세 33.3%, 16∼20세 31.8%를 차지했다.

평균 자녀수는 이혼 부부당 1.49명, 평균 나이는 만 12세로 조사됐다. 2명 이상의 자녀를 가진 부부는 1건을 제외하고 한 배우자가 모든 자녀를 양육하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여성가족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이혼 뒤 종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받고 있는 양육자는 12.7%에 그쳤다. 이는 자녀 양육 문제를 합의하지 않아도 협의 이혼이 가능한 현 제도의 허점과 법원이 양육비 지급 판결을 선고해도 이를 지키지 않는 비정한 부모들이 많다는 걸 보여준다.

양육비를 충실히 지급하던 배우자도 재혼하면 새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양육비 지급을 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양육비 지급 판결을 어겨도 법원의 감치 명령이나 과태료 수준의 처벌밖에 이뤄지지 않아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혼한 강모씨의 경우 전 부인이 낳은 자식에 대한 경제적 지원 문제로 재혼한 부인과 자주 다투게 되자 전 부인에게 생활비 지급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전 부인과 재혼한 부인이 서로 싸웠고 결국 강씨는 재혼한 부인과 이혼소송 중이다.

법무부는 이런 허점 때문에 자녀 양육을 합의하지 않으면 이혼이 불가능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배우자의 직장 급여에서 직접 공제할 수 있게 민법 및 가사소송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가 상당하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6. [한국인 이혼 현주소] (2) 위자료와 양육권… 남편에 49년 모욕당한 할머니 1억원 [2007.04.17 21:36]      

법원은 이혼사건 판결 때 재산분할과 별도로 이혼 책임이 있는 배우자에게 위자료 지급 책임을 부과한다. 위자료는 보통 5000만원을 넘지 않지만 배우자에게 장기간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준 경우 5000만원을 초과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 혼인기간이 길수록 위자료가 많고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은 위자료가 지급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일부 재력가들은 합의나 조정으로 이혼하는 경우가 많아 조사 결과보다 거액의 위자료가 지급되는 사례가 많다.

◇위자료는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이번 조사대상 판결문 200건 가운데 위자료 지급이 명시된 사건은 113건이었다. 남성이 여성에게 지급하는 경우가 102건, 여성이 남성에게 지급하는 경우가 11건이었다. 이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이혼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음을 추측할 수 있다. 배우자 양쪽 모두 이혼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위자료 지급을 따로 선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상대 배우자에게 지급한 위자료는 평균 2595만5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에게 지급하는 113건의 평균 액수는 2635만원이었고, 여성이 남성에게 주는 11건의 위자료 평균은 2227만원이었다.

위자료 액수는 혼인기간이 길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혼인기간이 5년 이하일때는 평균 1607만원, 6∼10년 이하는 2266만원, 11년∼15년 이하 2321만원, 31년 이상은 3657만여원으로 높아졌다. 액수별로는 1000만원 이하가 18.5%(21건), 1000만원 초과 2000만원 이하는 39.8%(45건), 2000만원 초과 3000만원 이하가 25.6%(29건)를 차지했다. 건수로 보면 1000만∼2000만원이 가장 많은 셈이다.

◇위자료 최고액은 보통 5000만원=일선 법관과 변호사에 따르면 위자료 액수는 보통 2000만원과 5000만원 사이에서 결정되고 5000만원 이상은 드물다고 한다. 이는 교통사고 등 사망사고의 경우 위자료로 인정하는 액수가 보통 5000만원이어서 형평성 차원에서 위자료도 최고 5000만원을 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위자료 액수 산정은 뚜렷한 규정이 없지만 혼인기간이 20년인 경우 한쪽 배우자의 책임이 전적으로 인정되면 5000만원선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5000만원을 초과한 사례가 3건 있었다. 이는 모두 위자료 지급 대상자가 여성이고 장기간 남편에게 고통을 당해온 점이 감안됐다.

◇49년 모욕당한 할머니, 위자료 1억원=70대인 강모씨는 남편의 외도와 인격적 무시를 견디다 못해 혼인한 지 49년 만에 이혼했다. 명문대를 졸업한 남편 이모씨(70대)는 고교졸업 학력인 강씨를 결혼 초부터 멸시했다. 이씨는 강씨에게 “너같이 무식한 여자랑 결혼한 것이 내 일생의 가장 큰 실수다” “식모 취급해 주는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알아라” 등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다. 더구나 이씨는 다른 여자와 자식을 낳고 강씨를 폭행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씨에게 재산분할 24억원 외에 위자료 1억원 지급을 판결했다.

60대인 김모씨도 비슷한 사례다. 교사 때 결혼한 뒤 퇴직한 김씨는 퇴직금을 군의관이던 남편 송모씨(70대)의 병원개업 비용으로 보태고 치매를 앓았던 시조부모를 그들이 사망할 때까지 모셨다. 그러나 송씨는 결혼한 뒤 동거하던 여자와 자식까지 낳았고 김씨가 살던 아파트까지 처분하려다 항의하는 자식들을 폭행하기도 했다. 법원은 “송씨는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45%, 부양료 1500만원을 김씨에게 지급하라”고 선고해 고통을 겪은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7. [한국인 이혼 현주소] (3) 우리 법원, 有責주의 채택… 상대방 책임 입증에 달려 [2007.04.19 17:49]      

우리 법원은 이혼의 원인을 제공한 유책(有責)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대법원 판례가 외국과 달리 유책주의를 채택해 이혼 때 상대 배우자의 책임을 입증해야 하고 잘못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청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J씨는 1960년대 초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뒀다. 하지만 그는 혼인 중 다른 여자를 만나 또 다른 자녀 2명을 갖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하다 부인을 상대로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J씨는 부인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결혼 파탄의 책임이 J씨에게 있다고 보고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우리 법원이 J씨 같은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가정을 보호하고 약자인 여성이 부당하게 이혼 당하는 일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유책주의는 이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이미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른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 있고 가정이 파탄에 이른 원인이 워낙 다양해 누가 이혼의 원인 제공자인지를 가려내는 게 쉽지 않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실제 유책주의 아래서는 오랜 기간 별거해 현실적으로 혼인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부부에 대해서도 이혼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혼인상태 유지가 어려워 보이는 사건에서는 이혼의 원인 제공자인 유책 배우자가 이혼청구를 하면 상대 배우자의 책임을 상대적으로 높게 인정함으로써 부부의 공동책임이라고 판단, 이혼을 인정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외국에서는 구 스위스 민법이 1907년 “부부간에 혼인생활의 계속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이래 점차 유책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

권정순 변호사는 “법원이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취지는 알겠지만 현실을 무시하는 유책주의는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8. [한국인 이혼 현주소] (3) 남자는 부인 때려서, 여자는 바람 피워서  [2007.04.19 17:51]      
재판상 이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배우자의 폭력과 부정행위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혼의 원인 제공자로는 아내보다는 남편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혼하는 부부의 평균 나이는 남자가 50.4세, 여자는 46.7세로 조사됐다.

재판상 이혼 책임은 대부분 남편

K씨는 20여년 전 결혼한 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파출부 일을 하며 가사와 양육을 함께 돌봤다. K씨 남편은 이런 K씨를 결혼 초부터 상습적으로 폭행했고 몇 년 전에는 전치 7주의 중상을 입혔다.

그럼에도 남편의 폭력은 멈추질 않았고 K씨는 남편의 계속되는 폭행으로 인한 충격으로 급기야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K씨는 퇴원하자마자 남편에게 협의이혼을 요구했다. K씨는 그러나 남편이 이를 거부하자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이혼을 결정받았다.

이번 조사에서 법원에서 이혼이 인정된 170건 중 K씨처럼 남편 잘못으로 이혼한 경우는 111건이다. 반면 부인 잘못으로 이혼한 경우는 18건이었다. 이를 비율로 산정했을 때 남편에게 이혼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비율은 65.3%이고 부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비율은 10.6%였다.

그 외 이혼의 책임을 정하는 데 부부 모두에게 대등한 책임을 인정한 것은 39건(22.9%)이고 기타가 2건(1.2%)이었다.

남편은 폭력, 여성은 부정행위

서울에서 의류업으로 성공한 J씨는 몇 년 전 남편과 크게 다툰 뒤 별거에 들어갔다. 이후 J씨는 남편의 폭행과 낭비벽을 이유로 들어 이혼을 요구했고 이를 수상히 여긴 남편은 J씨를 미행해 고교 동창과 부정한 사이임을 알아냈다. 이에 남편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J씨에게 이혼의 책임을 물어 남편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이혼사유를 복수로 살펴보면 폭력이 80건,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62건을 차지해 이혼사유 1, 2위를 기록했다. 이어 경제적 문제가 36건, 가출이 29건, 인격적인 무시가 14건으로 뒤를 이었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편 일방의 잘못으로 이혼한 경우 폭력이 64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정행위가 36건, 경제적 문제가 21건이었다. 반면 여성 일방의 잘못으로 이혼한 경우 부정행위가 9건, 가출이 6건을 기록했다.

40대 부부가 가장 많아

이번 조사에서 이혼이 가장 많은 연령대의 부부는 남편과 부인 모두 41∼50세로 43쌍, 25.3%가 이에 해당됐다. 두 번째로는 부인이 41∼50세이고 남편이 51∼60세인 부부로 모두 28쌍이었다. 고령에 속하는 부부 양쪽 모두 61세 이상인 커플도 16쌍으로 전체의 9.4%로 조사돼 황혼이혼을 하는 부부가 10건중 1건 정도의 비율을 차지했다.

이혼 선고 당시 평균 혼인기간은 19.1년인 것으로 조사됐고 이혼 때 남편의 평균 나이는 50.4세, 부인은 46.7세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 통계청에서 조사한 이혼 평균 연령인 남성 42.6세, 여성 39.3세 보다 8세 가량 높다.

재판상 이혼은 협의 이혼과는 달리 절차가 복잡하고 누적된 불만이 쌓여 이혼으로 연결되는 만큼 그 정도의 연령에서 이혼 소송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9. [한국인 이혼 현주소] (3) 이런 이유도… 남편 몰래 재산 처분·과도한 폭력 [2007.04.19 21:56]      

전통적인 이혼 사유는 배우자의 부정과 폭력이었다. 이는 지금도 가장 많은 이혼 사유를 차지하지만 ‘황혼 이혼’ ‘기러기 아빠’ ‘과도한 성관계나 성장애’ 등 과거와 다른 이혼이 두드러지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C씨는 1960년대 초 부인과 결혼한 뒤 부동산 임대업을 통해 재산을 늘려왔다. 그러나 부인이 재산을 독점하고 자기 몰래 부동산을 처분하는 일이 잦자 60세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C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부인에게 위자료 2000만원과 함께 현금 12억원을 포함한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 재산분할을 하라고 선고했다. 이는 그 동안 황혼 이혼이 가부장적인 남편의 태도를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부인들이 주로 결정하는 마지막 방법으로 여겨졌던 것과 반대되는 경우다 . 남성도 황혼 이혼에 적극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S씨의 경우는 최근 늘어나는 ‘기러기 이혼’에 정반대되는 경우다. S씨는 2000년대 초 자녀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남편에게 꼬박꼬박 생활비를 송금해줬다. 그러나 남편이 현지에서 다른 여성을 만나 늦게 귀가하고 외박도 자주 하자 S씨는 이혼소송을 냈다.

남편의 과도한 부부관계 요구나 성장애로 이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10여년 전 결혼한 P씨는 남편의 지나친 성관계 요구 때문에 이혼했다. P씨 남편은 한 차례 병에 걸렸다 회복한 뒤부터 P씨에게 입에 담기 힘든 외설스러운 표현들을 늘어놓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려 했다. P씨는 별거를 시작했고 결국 이혼을 청구했다.

결혼 초부터 남편의 성장애로 고민하던 S씨의 경우는 정반대 사례다. 남편은 치료권유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심한 폭언을 퍼붓기 일쑤여서 S씨는 법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법원은 남편의 성장애도 이혼사유에 해당되지만 부인의 가출도 파탄의 원인이 됐다며 대등한 책임을 인정해 이혼을 받아들였다.

K씨의 경우는 남편 폭력이 아이들에게 대물림될 것을 우려해 이혼한 사례다. 평소 자신과 자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때문에 고심하던 K씨는 자신과 남편의 싸움을 말리던 아들이 갑자기 아버지의 얼굴을 때리는 것을 보고 이혼을 청구했다. 남편의 폭력성이 자녀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한국여성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인 변화순씨는 “최근 이혼은 과거와 달리 신혼 이혼, 황혼 이혼 등 이혼 시기가 다양해졌고 부인의 부정한 행위가 있어도 곧바로 이혼하려 하지 않는 등 부부관계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10. [현장기자―김현길] ‘한국인 이혼 현주소’ 후기 [2007.04.20 18:42]      

‘한국인 이혼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연재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이혼 신드롬이 전환기를 맞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본보가 서울가정법원 이혼 판결문 200건(2005.5∼2006.12)을 무작위로 추출해 분석한 결론이 합의이혼을 포함한 전체 이혼의 경향을 대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재산분할, 위자료, 이혼사유에 있어 남편보다는 아내가 불리하다는 편견을 이제는 버려도 될 것 같다.

특히 재산분할에 있어 여성의 54%는 남편과 똑같거나 더 많이 챙기는 것으로 나타나 성 차별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수준에 이른 셈이다. 실제 판결문에서도 수십년간 남편의 부정행위와 폭력을 참아온 부인의 예나 서로 맞바람을 피며 자주 다퉜던 부부의 경우를 보면 편파적인 재산분할 등이 이혼의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특히 이혼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을 결정적 이혼장벽으로 여기지는 않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혼 조정을 기다리는 한 여성은 “아이들도 소중하지만 내 인생 역시 소중하다”며 “자녀 양육권을 주면 잘 키우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렇듯 부모의 일방적 선택으로 인해 내몰리는 자녀들의 인생을 지켜줄 안전망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녀 양육권의 경우 79.3%가 부인이 떠맡고 있었는데, 양육비를 책임지겠다던 남편들이 재혼을 하게 되면 양육비 지급을 중단하는 등 여러 문제들이 노출되었다. 더 큰 문제는 양육비 지원을 중단해도 현실적으로 강제할 수단이 적다는 점이다.

권정순 변호사는 “이혼 후 양육비를 부담해야 할 배우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때 현실적으로는 감치명령이나 과태료 부과밖에 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특히 여성의 경우 자녀 양육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가정법원 김영훈 판사도 “양육자가 결정된 뒤 비양육 부모를 만날 때 양육하는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를 헐뜯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자녀의 성장에 좋지 않은 것으로 아이에게 불필요한 증오심만 키울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부모가 원하면 언제든지 대등한 조건으로 헤어지는 개방사회가 되었지만 그들이 낳은 자녀들의 행복추구권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뿐이다. 이들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