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A사에 입사하여 근무하고 있다가 B사에 파견되어 근무하였습니다. 이때 B사의 지시에 의하여 창작한 저작물이 있습니다. 지금은 퇴사하였지만 파견당시 창작하였던 저작물에 대해 저작자로서 해당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저작권법상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이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저작물은 사상이나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사람만이 저작행위를 할 수 있고 저작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단체도 저작자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저작물을 ‘단체명의저작물’이라 합니다.


   단체명의저작물과 관련하여 우리 저작권법 제9조는 “법인·단체 그밖의 사용자(이하 이 조에서는 ‘법인등’이라 한다)의 기획하에 법인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로서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된 것(이하 ‘단체명의저작물’이라 한다)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등이 된다. 다만, 기명저작물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저작권법상 단체가 저작자가 되기 위한 요건은 첫째, ‘법인·단체 그밖의 사용자)의 기획에 의한 것’이어야 하고 둘째, 법인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작성하는 것이어야 하고 셋째, ‘업무상’ 작성하는 것이어야 하고 넷째,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된 것’이어야 하며 다섯째, ‘계약 또는 근무규칙등에 다른 정함이 없어야’ 하고 여섯째, ‘실제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자가 기명되지 않아야’ 합니다. 이에 따라 어떤 회사에 고용되어 그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그 회사가 기획한 내용을 업무상 수행하여 저작물이 창작되고 고용계약 또는 근무규칙에 작성자를 저작자로 하는 규정이 없고 작성자가 저작자로 기명되지 않은 경우, 그 회사가 자신의 명의로 공표하면 그 저작물에 대해서는 해당 회사가 저작자가 됩니다.


   그러나 어떤 회사에 고용되었다가 다른 회사에 파견되어 피파견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저작물이 창작된 경우에는 그 저작자의 결정과 관련하여 검토할 사항이 있습니다. 그것은 상기 단체명의저작물의 저작자 요건 중 둘째 요건인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작성한 것이어야 한다는 요건입니다. 이 ‘업무에 종사하는 자’, 즉 업무종사자는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에 있어야 할뿐더러 고용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좁게 해석하는 견해이고, 다른 하나는 고용관계가 없더라도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가 있으면 된다고 넓게 해석하는 견해입니다.


   먼저 업무종사자를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 뿐 아니라 고용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좁게 해석하는 견해입니다. 이러한 견해는 단체가 저작자가 될 수 있게 하는 단체명의저작물 규정이 창작자를 저작자로 하는 저작권법의 원칙에 대한 예외 규정적 성격임에 주목하여, 단체가 저작자가 되는 경우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용관계는 민법상 고용계약(제655조)이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 또는 공법상의 근무관계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고 있는데, 따라서 업무에 종사하는 자라 함은 피용자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 국가공무원이나 지방공무원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봅니다.



상근이든 비상근이든 그리고 촉탁직원이든 임시직원이든 모두 피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업무종사자를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와 고용관계를 모두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는 경우 파견회사인 A사와는 고용관계가 있지만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가 없고 피파견회사인 B사와는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가 있지만 고용관계가 없습니다. 따라서 파견근로자가 창작한 저작물에 대하여 파견회사나 피파견회사 어느 쪽도 단체명의저작물의 저작자 규정에서 말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므로, 해당 저작물의 저작자는 창작자 원칙에 따라 파견근로자 본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업무종사자를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가 있으면 된다고 넓게 해석하는 견해입니다. 이러한 견해는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는 대부분 법률적으로 고용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지만 오늘날 타인의 노무를 이용하는 계약 형태가 다양화하고 있는 실태에 비추어 볼 때 업무종사자를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고 단체명의저작물 규정의 예외 규정적 성격은 상기 단체명의저작물 요건의 기획요건의 해석과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의 여부에 대한 판단을 엄격히 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견해에 따르면 피용자가 다른 회사에 파견되어 근무 중인 경우에는 고용관계는 없을지라도 실제 피파견회사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명령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업무종사자로서의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고 피파견회사가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보게 됩니다. 다른 회사에 출장근무하게 된 경우에도 파견근무의 경우와 동일한 것으로 보게 됩니다.


   이상에서 보듯이 단체명의저작물 규정의 요건 중 업무종사자의 개념을 고용관계와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가 모두 필요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에는 파견회사나 피파견회사 모두 단체명의저작물 규정이 정하고 있는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견해에 따른다면 파견근로자 본인을 저작자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업무종사자를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만 있으면 가능한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에는 피파견회사인 B사가 고용관계는 없어도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하고 있으므로 B사에 파견되어 창작한 저작물에 대해서는 B사가 저작자로서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파견근로자가 피파견회사의 기획하에 피파견회사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창작한 저작물에 대해 자신의 직원인지 아니면 파견근로자인지 여부에 따라 피파견회사가 저작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면 거래현실에 비추어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있다면 파견근로자가 피파견회사에서 창작한 저작물에 대해서는 피파견회사가 저작자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하며 이러한 해석이 다수설입니다. 물론 파견회사와 피파견회사 간에 계약을 통하여 저작권의 귀속관계를 정해 두고 있다면 그 계약이 우선일 것입니다. 그러나 파견근로자가 창작하는 저작물의 저작권 귀속과 관련하여 계약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수설에 따라 본 사안의 저작물에 대해서는 피파견회사가 저작자인 것으로 이해하고 해당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피파견회사의 허락을 얻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출처: 저작권문화5월, 이영록/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