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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인숙변호사 
제목   포탈의 정보 누구의 것인가? 

포탈의 정보 누구의 것인가?


   정성껏 잘 만들어진 음식이 그릇에 담겨 있다. 그런데 그릇을 만든 사람이 이 음식은 자신의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욱이 요리사는 이 음식을 돈을 받지 않고 무상으로 제공한 것인데, 난데없이 그릇 임자가 자신에게 음식 값을 지불하라고 요구한다면? 그리고 혹시라도 음식이 맛이 없거나 상했을 경우엔 그 책임은 전적으로 요리사가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상식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이러한 상황이 지금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네티즌들이 무상으로 제공한 각종 정보들을 모아 담은 그릇 역할을 하는 포털이 이 정보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이 정보들과 관련하여 혹시라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해당 정보를 생산하거나 포털을 통해 유포시킨 네티즌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권리는 맘대로 행사하되 책임은 전혀 지지 않겠다는 이야기이다.

   현재 인터넷 공간에서 포털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실로 절대적이다. 포털은 사이버 세계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관문이라는 원래 의미로서의 ‘포털’(portal)을 이미 넘어섰다. 하루 평균 1천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방문하는 포털은 사이버 세계의 광활한 영토를 장악하고, 그 안에 네티즌들을 가두어 그들의 행위를 관장하는 ‘토털’(total)로서의 지위를 획득한지 이미 오래이다. 네티즌들의 웹 서핑은 대부분 포털에서 시작하여 포털에서 끝나기 마련이다. 정보를 검색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블로그를 관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등 인터넷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하게 되는 대부분의 행위가 포털 안에서 벌어진다. 인터넷 공간 안에서 형성되는 정보의 생산, 유통, 소비의 거의 모든 과정이 포털이라는 그릇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그리고 이 정보들을 통해 지금의 포털은 인터넷 공간의 절대 권력자와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포털에 담겨진 정보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포털 공간 안에 정보가 모여지는 경로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포털이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검색 엔진을 통해 수집한 다른 사이트들의 링크 정보이다. 둘째는 포털 뉴스 서비스와 같이 외부의 콘텐츠 제공업체로부터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하여 제공되는 정보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지식검색, 블로그, 카페, 게시판 등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정보이다. 결국 포털이 스스로 생산한 정보는 하나도 없는 셈이다.

   물론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는 최소한 저작권상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 단순히 외부에 있는 정보에 대한 위치를 알려주는 것은 포털 본연의 역할이며, 계약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한 정보를 서비스하는 것 역시 합법적 행위이다. 문제는 세 번째 경우이다. 그릇에 담긴 음식이 그릇 주인이 아닌 요리사의 작품이듯 포털에 담긴 정보들 역시 포털의 것이 아닌 네티즌들의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대가 없이 정보를 올린 네티즌들을 제쳐두고 단지 그릇을 제공한 포털이 자신의 공간에 올려진 정보에 대해 일방적인 주인 행세를 하려 드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몇 해 전 국내 커뮤니티 포털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프리챌이 일방적으로 커뮤니티 유료화를 선언하는 바람에 네티즌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던 사례가 바로 그랬다. 기업 입장에서야 수익 발생을 위해 유료화를 선언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그동안 게시판에 꾸준히 축적해 놓은 수많은 데이터들이 유료화의 볼모로 이용되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유료화가 싫은 사람들이야 다른 무료 사이트로 옮겨가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게시판에 쌓인 수많은 글과 각종 파일들, 어렵사리 모아놓은 회원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나누었던 온갖 사연과 추억들을 아무런 미련 없이 다 팽개치고 훌쩍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유료화의 볼모로 이용된 게시판의 정보들은 어디까지나 네티즌들의 저작물이다. 그런데 정작 이들 정보의 저작자인 네티즌들은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고, 자신의 저작물들을 볼모로 남겨둔 채 그 공간을 떠나던가 아니면 비용을 지불하던가를 선택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얼마 전 네이버와 엠파스가 ‘열린 검색’ 서비스를 두고 벌렸던 신경전도 마찬가지 경우이다. 포털의 지식검색 코너에 쌓여진 방대한 정보들은 자발적으로 질문과 답변을 올린 네티즌들의 참여를 통해 구축된 것이다. 검색 시스템이라는 그릇은 포털이 제공해 준 것이긴 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방대한 지식 정보들의 저작권자는 포털이 아닌 네티즌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모든 포털들은 이러한 내용을 약관에 분명하게 명시해 놓고 있다.

   제15조 1항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회원이 서비스 화면 내에 게시한 게시물의 저작권은 게시한 회원에게 귀속됩니다. 또한 회사는 게시자의 동의 없이 게시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다만 비영리 목적인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며, 또한 서비스내의 게재권을 갖습니다.

- N사의 이용 약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대 포털 사이의 공방 과정에서 정작 정보의 생산자이자 저작권자인 네티즌들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다. 즉 네티즌들이 생산한 정보를 마치 포털 자신들의 정보인 것처럼 간주하고 이를 시장 쟁탈전에 대상으로 삼아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저작권자인 네티즌들의 권리를 무시한 거대 포털들의 횡포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약관에서 네티즌들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정보에 대한 사용권을 자사가 갖는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이 조항은 즉각적인 네티즌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결국 한바탕 큰 곤혹을 치른 싸이월드는 다시 약관을 수정해야만 했다. 아래는 싸이월드가 페이퍼라는 신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당시 만들었던 문제의 그 약관이다.

   제7조 2항
   이용자는 자신이 게시한 모든 게시물에 대한 세계적이고 사용료가 없는 영구적인 무상의 비독점적 사용권을 회사에게 부여합니다. 회사는 게시물을 방식의 제한없이 자신이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사용하도록 허락할 수 있습니다. 본항에 규정된 회사의 사용권은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계약의 해지, 탈퇴에도 불구하고 소멸하지 않습니다.

   사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정보가 누구의 소유인가를 따지는 일 자체가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정보는 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물처럼 흘러 다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이퍼텍스트의 쉼없는 링크로 이어지는 인터넷 공간 안에서는 오프라인 세계와 같은 물리적 장벽이란 결국 무의미하다. 인터넷이라는 무형의 공간은 구획되어진 닫힌 세계가 아니라 자유로운 정보의 교류 속에서 끝없이 영토가 확장되는 열린 세계인 것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상의 저작권 논란에서는 네티즌들이 저작권의 악의적 침해자로 간주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로 제공한 네티즌들의 정보를 송두리째 자신의 것인 양 간주하는 거대 포털들의 태도야말로 훨씬 더 악의적이고 심각한 저작권 침해이다. 그것은 개방과 공유라는 인터넷의 기본 정신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출처 : 2005. 11. 저작권문화/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 민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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