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란이 되어오던 이른바 성폭력특별법이「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이 법이라고 칭함)이라는 명칭으로, 1994년1월5일 공포되어 1994년4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형사처벌법규와 형사소송법규에 대한 특례 및 행정법규를 포괄하는 그야말로 특별한 형식의 특별법이다. 내용을 개관하면, 성폭력범죄에 대한 가중처벌과 신종 성폭력범죄에 대한 처벌규정, 성폭력범죄의 수사와 재판절차에서 피해자의 비밀보장을 위한 형사소송상의 특례와 성폭력의 예방과 상담, 피해자보호시설등에 관한 행정적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 중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규정들은 다른 형사법규에 대한 특별법의 형식이고, 피해자의 보호에 관한 규정들, 특히 성폭력 피해상담소 및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들은 이법에 의하지 아니하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피해자보호에 관한 기본법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요컨대 이 법은 특히 여성과 미성년자를 성폭력범죄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한 점에 있어서 宣言的, 象徵的 의의가 크다. 국가가 심각한 성폭력범죄의 실태를 인식하고 이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며, 피해자보호의 제도적 접근을 시도하였기 때문이다.

II. 입법의 배경
1. 성폭력범죄의 증가
근래에 서구의 성문화 潮流가 전통적 성문화에 流入됨에 따라 성윤리의 가치기준이 혼돈된 상태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성문화의 暗黑面인 성폭력 만연현상이 나타나고, 성폭력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죄질에 있어서도 과거에 비하여 더욱 잔인하고 흉악해졌으며, 특히 10대 청소년 성범죄자가 배증하는 현상을 보여, 전체 범죄자의 약54.4%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었다.
그리하여 형사정책적으로 성범죄자를 특별히 가중처벌하는 경향이 생기게 되었으며, 사회적으로도 이른바「가정파괴범」을 극형에 처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되었다.
2. 정치적 영향
급기야 1991년에 민간여성단체들이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책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1992년 大選 직전 각 정당은 여성표를 의식하여 선거공약으로 성폭력특별법의 제정을 약속하였고, 제각기 법률안을 제출하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992년10월부터 제출된 3개의 법률안과 한국여성단체 연합의 입법청원안을 심의하기 시작하였다. 1993년5월에 성폭력대책관련입법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하여 학계, 법조계 및 여성단체의 의견을 收斂하였다.
공청회에서 학계와 법조계 등의 법률전문가들은 이 법의 제정에 대하여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었고, 법률전문가들로 구성된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들 역시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하였다. 제출된 법안들이 특별법 형식으로 제정되기에는 법체계상으로 문제가 많고, 개념이 모호하고 현실에 맞지않게 진보적이라는 지적이었다.
70여개의 여성단체들은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하였고, 대통령은 당총무에게 조속한 시일내에 성폭력대책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지시하였다.
1993년12월 법제사법위원회는 刑法案審査소위원회로 하여금 위원회代案을 제안하게 하여, 동년 12월17일 性暴力犯罪의處罰및被害者保護등에관한법률이 제165회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상과 같은 입법의 태도와 과정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첫째, 본래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은 대립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순환보완관계이므로 성폭력범죄대책은 여성정책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가정책의 수립이라는 관점에서의 입법관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男性優越的 思考 또는 同情的 女性觀에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특별법만능의 사고는 지양되어야 한다.
성폭력범죄의 발생은 성도덕 와해의 총체적 결과이다. 따라서 성범죄의 방안을 위해서는 심도있는 연구의 기초위에 임기웅변의 대응방식이 아닌 다원적, 다각적 방법을 동시에 시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막연한 일반예방의 효과를 기대하고 특별법 만능의 사고로 가장 최후에 사용해야 할 수단인 형사특별법적 대응을 한 것은 편의적 졸속입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셋째, 이 법의 제안시기와 발의과정, 의결과정을 살펴보면 최고권력자의 의사와 여성유권자를 의식한 정치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여성들이 가지는 성폭력에 대한 공포는 대단히 크며, 이러한 여성들의 공포가 사회불안심리와 직결되므로, 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의 차원에서 그리고 침해된 여성의 권리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인권보호의 차원에서 이 법의 제정은 당위로 볼 수 있다. 다만 정치적 목적에서의 입법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대통령이 입법부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과거이 잘못된 관행도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

III. 몇가지 문제점
여기에서는 지면관계상 이 법의 중요부분인 피해자의 특별보호와 성폭력피해 상담소 및 보호시설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들은 제외하고 성폭력범죄와 그 처벌에 관한 규정들에 대하여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1. 범죄구성요건의 체계
이 법의 구성요건의 체계는 형법과 다른 법률의 보완적 입법형태이다. 즉 형법상의 성폭력범죄 관련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다른 법률에 의하여 가중처벌되는 죄를 모두 포함하며, 이 법에서 가중처벌하거나 신종 범죄유형 또는 보다 구체화된 범죄유형의 구성요건을 새로이 규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형사법 체계상 성폭력범죄는 여러 법에 분할되어 있고, 더욱이 준용규정까지 중첩되어 있어 복잡다단하다. 법을 잘 알고 지켜야 하는 수범자인 일반국민들은 물론이고 법률전문가들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성폭력범죄 구성요건도 현재 심의 중인 형법개정안에 이 모든 관련조항이 통합규정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여러 법에 산재되어 있는 관련 조항들을 체계를 갖추어 특정한 일개의 특별법에 통합규정하는 것이 차선책일 것이다.

2. 성폭력범죄의 개념정의
주지하다시피 형법은 性에 관한 범죄를 보호법익에 따라 나누어 규정하고 있는데 반하여, 성폭력특별법은 성에 관련된 모든 범죄를 성폭력범죄라하여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淫畵 등의 반포, 제조 및 공연음란행위 등과 같이 폭력성, 공격성이 없는 모든 음란행위까지 성폭력범죄에 포함시키고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정신적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성폭력의 개념을 정조 등의 여성고유의 법익개념을 완전히 배제한 단순한 폭력의 일종으로 볼때 문제는 없겠는가?
만일 성폭력범죄를 사람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폭력범죄의 일종으로 본다면, 왜 다른 폭력범죄들과 달리 별개의 특별법을 제정하여 처벌해야 하는가?
나아가 범죄학상 성범죄자를 일반범죄자와 구별할만한 성범죄자 특유의 범죄 원인성은 발견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범죄자를 다른 폭력범죄자에 비하여 월등하게 가중처벌하는 건거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성폭력범죄의 實數가 다른 犯罪實數(예컨대 절도, 강도, 사기범죄 등)에 비하여 특별히 많은 것이 아님에도 특별한 사회문제가 되는가?
단순히 폭력으로 볼 수 있는 성일탈행위와 사람의 신체를 보호하는 정도 이상의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여성의 고유법익(신체의 완전성+성적 자기결정의 자유)을 침해하는 성범죄가 있으므로 이를 구별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도덕의 高揚을 목적으로 성에 관한 모든 범죄를 합일하여 성폭력범죄로 정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송사리를 잡을 때는 작고 촘촘한 그물을 사용하고 큰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크고 튼튼한 그물을 사용하는 합목적적 사고가 필요하다. 범죄의 개념정의와 처벌의 일원화는 단순소박한 사고이다.
3. 목적범
이 법 제14조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를 규정하고 있다.「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라고 하여, 목적범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왜 목적범으로 규정하였는지 의문이다. 범죄성립의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고의 이외에 목적을 요하는 목적범으로 규정할 경우, 목적을 증명하지 못하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이 성적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4.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이 법 제13조는「대중교통수단, 공연 집회장소 기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입법의 취지가 공중이 밀집해 있음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한 추행을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구성요건은 불명확한 표현이다. 법문으로 보아서 실제로 공중이 밀집한 사실상태의 표현인지, 일반적으로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인지가 불분명하다. 예컨대 지하철 내부는 공중이 밀집할 때도 있고 밀집하지 않을 때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이다. 한적한 지하철에서의 추행은 어떤 법의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가?
5. 입법기술상의 오류
형법 제291조의 결혼을 위한 略取, 誘引罪는 이 법 제2조 1항 2호의 성폭력범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이 법 제19조(고소기간)의 2항은「형사소송법 제230조 제2항의 규정은 제1항의 경우에 이를 준용한다」고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2항은「형법 제291조의 죄로 약취, 유인된 자가 결혼을 한 경우의 고소는 혼인의 무효 또는 취소의 재판이 확정된 날로부터 고소기간이 진행된다」는 규정이다. 문제는 결혼을 위한 약취, 유인이 성폭력범죄도 아닌데 고소기간에 준용규정을 왜 두었는가?
덧붙여 입법의 실수를 한가지 더 지적한다면 이 법 제37조의 兩罰規定이다.「법인의 대표자,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업원이…제33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同條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법 제33조는 의료보호에 관한 규정으로써 벌칙규정과는 하등 상관이 없고 제35조가 벌칙규정이다. 제33조는 제35조의 誤記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 법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이고, 이미 공포되어 시행되고 있는 법이므로 정정은 불가하다.
6. 형벌(법정형)
이 법의 법정형은 형법상의 범죄의 성격을 고려한 형벌과 비교할 때 형량의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벌금형의 경우, 예컨대 이 법 제14조 通信媒體이용음란죄의 경우 벌금액이 3백만원 이하로써 형법 제245조 공연음란죄, 제243조 음화 등의 반포죄의 벌금 40만원 이하에 비하여 과다하다. 이 법 제13조 公衆密集場所에서의 추행의 벌금 3백만원 이하는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가 2백만원이하인 것에 비하여 과다하다. 또 이 법 제11조 1항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의 벌금액이 5백만원 이하인 것은 형법 제303조 1항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1백만원 이하인 것에 비하여 과다하다.
그러나 형법의 벌금액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일 뿐, 민사상의 손해배상액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편이다. 벌금액은 입법시기에 따라 화폐가치가 달라지므로 일관성의 결여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벌금 등 임시조치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실무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형법개정안의 형법은 참고하여 징역형과 벌금형을 적절히 조합하여 운용의 묘를 기하는 수 밖에 없다. 벌금형제도는 전체 국가법체계적으로 재검토가 시급한 문제이다.
징역형의 경우에도 이 법 제10조 3항 신체장애로 인하여 항고불능인 상태를 이용한 간음 또는 추행으로 사망케 한 경우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형법 제299조, 305조,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한 간음 또는 추행으로 사망케 한 경우와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한 간음 또는 추행으로 사망케 한 경우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것에 비하면 다소 높다.
이는 현행법이 결과적 가중범으로 치사상을 함께 규정하고 있는데 반하여 이 법에서는 형법개정안과 같이 치사와 치상을 구별하고 있기 때문에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 법 제11조 2항 피구금자추행은 미수범을 벌하고 있는데, 형법 제303조 2항의 피구금자간음은 미수범을 처벌하지 않는다. 동일한 행위상황의 추행의 미수는 벌하고 간음의 미수는 벌하지 않는 것과 같은 체계상의 불합리점이 발견된다.

IV. 맺은말
성폭력을 척결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는 국가적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세워 끊임없이 노력하여야 한다. 우선 法外的 대응책으로, 교육을 통하여 건전한 성윤리의식으로의 전환을 꾀하여야 하며, 국민들이 선거를 통하여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高度의 性倫理德目을 요구해야 한다. 경제개혁으로 富의 정당한 분배와 고용안정을 추구하여야 하고, 행정을 통하여 퇴폐향락산업의 만연을 억제하고 3차 서비스산업의 유인력을 감소시켜야 하는 등의 총체적인 사회 문화구조의 개선을 지향하여야 한다.
법적 대응책으로는 과거의 수사관행과 형식논리에 얽매인 법의 적용과 해석을 탈피하여야 할 것이다. 성폭력범죄 사건이 얼마나 제대로 소추되는가 그리고 재판에서 구체적 사실관계를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피해자 보호적 판단을 하는가가 현단계에서는 가장합리적인 해결책이다.
최후수단인 형사입법 정책으로서 최선의 방법은 형법개정안에 이 법을 흡수시키는 것이다. 성폭력범죄의 구성요건을 모두 형법에 포함시키고, 피해자보호를 위하여는 외국의 입법례와 같이 별도로 가칭 피해자보호법을 제정하여야 하다.
잠정적으로 형법개정시까지 불가피하게 제정된 이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도 모색되어야 한다. 이 법에는 행정법규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제정을 요하나 아직 미비한 단계이다. 앞으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정함에 있어서 특히 피해자의 보호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세밀한 후속작업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