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형사 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절도·사기·폭력’ 등 3대 범죄에 대해 양형 요인별로 구속·구형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기·절도·상해 등 3대 범죄에 대해 소속 검사 10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서울중앙지법의 선고 형량에 대한 분석을 벌여 지난 7월부터 새로운 구속영장 청구 및 구형 기준을 마련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이 마련한 이번 기준은 구형량과 선고형량과의 격차가 줄어드는 등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사기에 있어 미합의 피해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구속기소를 원칙으로 하고 피해액이 1억~3억원일때는 징역 2년을 구형토록 하고 있다. 야간주거침입절도의 경우에는 구속영장청구를 원칙으로 하고 구형은 초범일 경우 징역 1년6월, 재범일 경우에는 2년을 구형하도록 했다. 상습 또는 흉기 상해의 경우에도 미합의시에는 구속을 원칙으로 하고 미합의시에는 징역 3년, 합의시에는 징역 1년6월을 구형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구속·구형 기준 시행과 동시에 3대 범죄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구형량의 1/2 이하(종전 1/3)일 경우 원칙적으로 항소(양형 부당)한다는 방침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 사법의 투명성 확보 가능= 신종대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구속 기준을 엄격·명확하게 하고 처분(구형)기준은 세분화·구체화해서 검사의 기소권 등과 관련한 재량을 줄임으로써 형평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새 기준을 마련했다”며 “이 기준은 검사의 처분시 참고기준 이기는 하지만 이대로 하지 않을 때에는 특이한 정상이라던지 특이한 고려요소가 있었다는 게 설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들쭉날쭉한 법원의 선고형량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검찰부터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꾸준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법원의 형량 선고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구형과 선고에 대해 국민들이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게 해 전관예우나 유전무죄 무전유죄 인식 등 사법절차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함으로써 사법에 대한 국민 신뢰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 법원 선고 형량 철저히 분석= 서울중앙지검 구속·구형 기준은 소속 검사 101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2007년 1/4분기 법원선고 형량을 철저히 분석해 마련됐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사기죄에 있어 양형요소를 총 100으로 봤을 때 각 양형인자별로 몇 % 정도를 구형에 반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편취액수(37.03%)를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피해회복(19.49%), 전문적 범행수법(13.87%)순이었다. 자백(0.59%)은 거의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피해액이 다소 크더라도 합의가 되면 집행유예 선고에 큰 차이가 없는 등 합의를 중요 양형요소로 보는 것으로 검찰은 분석했다.

검사들은 절도죄의 경우 절취 피해액(26.10%)과 범행수법(22.65%)을,  상해죄는 상해주수 및 치료비(후유증 등 향후 치료비 포함, 34.39%)를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법원은 절도는 상습성을, 상해는 피해회복을 주된 요소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검찰은 분석했다.

◇ 구형량 대비 선고형량 격차 줄어= 구형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구형량 대비 선고형량의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사기·상해·절도 사범 924명 가운데 구형 대비 2분의 1 이상 선고된 경우가 79%(733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시행기간이 짧기는 하지만 법원의 선고형량이 우리 항소 기준인 구형량의 1/2 이하인 경우가 21%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구속·구형 기준 시행이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전국적인 통일 기준은 어려울 듯= 구속·구형 기준 시행이 실효를 거둠에 따라 대검이 통일 기준을 마련해 전국 검찰청에서 동일한 기준에 따라 사건처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찰의 주된 분위기다. 지역 경제규모나 특색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기준은 오히려 사건 처리의 구체적 정당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음주 무면허 사건과 같은 정형적인 사건의 경우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따라 사건이 처리되지만 그외의 사건은 지역 경제규모나 피해자의 재산 정도(피해액이 같은 1억원 이라도 피해자의 재산이 1억원 이냐 100억원 이냐에 따라 틀리다는 것)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구속기준과 구형기준 통일화가 사법 불신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개별 사건으로 들어가면 고려할 사항이 많은 만큼 지역에 맞는 개별 기준을 마련하고 이와 함께 그 기준내에서 검사의 구체적 판단도 존중되는 방향으로 같이 간다면 검찰 처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일 것” 이라고 말했다.